왕과 정령 3
새벽의 공기는 살을 에는 듯이 추웠다. 지현이 실체 그대로의 상태였다면 방문을 열자마자 도로 닫고 들어갔을지도 모를 만큼 쌀쌀한 어둠 속을 그녀는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그 꿈속의 장면은 보는 내내 상세한 것은 전혀 모르는 지현조차 가슴이 떨릴 만큼 무서웠다. 그 이질적인 공기와 압력은 마치 어둡고 음침한 에너지가 꽉 들어 차 있는 소용돌이 같았다. 지극히 희미한 달빛에 비춰지는 저택의 고요한 복도와 정원은 낮과는 전혀 다른 공간으로 보였다. 바람이라도 쐬면 조금 머리가 차가워질까 싶어 시작한 산보였지만, 나중에 가서는 전혀 해소되지 않는 답답함 때문에 점점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게 되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정신없이 걷다가 문득 눈에 띈 광경에, 그녀는 순간 자신이 아직 꿈을 꾸고 있는지 의심했다.
“아하트?”
“응. 좋은 밤이야. 아가씨.”
역시 안자고 있었느냐고 물으며 아하트가 기분 좋은 듯이 웃었다. 그는 정원의 어느 커다란 돌 위에 편하게 앉아 있었다. 한 손에 작은 병 같은 것을 들고서 이쪽을 보고 손을 흔드는 그 모습을 놀랜 눈으로 바라보다 문득 퍼뜩 정신이 든 지현은 당황해서 그에게 다가갔다. 고요한 회색으로 물든 정원에서 발밑의 잔디가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냈다.
- 3권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