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정령 8
"이런 소리를 하면 아하트가 날 어떻게 생각할지 조금, 아니 꽤 많이 걱정되긴 하는데요. 이 곳 사람들한테 '왕'이 필요하다는 건 어딘지 모르게 알겠지만, 그래도 그걸 위해서 '아하트'가 없어지는 건 싫다는 게 내 솔직한 기분이에요. 나는 아하트가 왕이라고 해도 물론 상관없어요. 그렇지만 심한 소리라는 건 알아도……. 나는 역시 만인의 행복보다는 아하트가 제대로 웃고 있으면 그걸로 충분해요. 저기, 그래도 괜찮잖아요? 아하트가 왕으로 있어 주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그 외에도 얼마든지 있을 테니까, 나 한 명쯤이야 이렇게 바라는 사람이 좀 있다 한들 뭐……."
"……아가씨."
"네, 네?!"
점점 우물쭈물한 말투가 되어가던 목소리가 이상하게 뒤집힌 소리로 변한 것은 갑자기 그가 지현을 불렀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때까지 가만히 그녀의 손 밑에 잡혀 있던 남자의 크고 따뜻한 손이 돌연 위치를 바꾸어 놀란 지현의 손을 꽉 잡았던 것이다. 역시 괜히 말했나 싶어 조마조마해서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굳어 있는 지현에게 아하트가 문득 말했다.
"정면에서 얼굴을 보고 싶은데, 괜찮을까?"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