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정령 4
“아하트는 역시 어른이네요.”
“응?”
아하트는 손을 멈추고 잠시 이쪽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걸 눈치 채고 있어도 그녀는 입을 다문 채 움직이지 않았다. 실은 그가 원하는 게 있다면 그게 어떤 건지 알고 싶었을 뿐이다. 그가 필요로 하는 것. 그녀는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언제나 생각해 왔던 바람을 떠올렸다. 빨리 누구나 인정할 만한 어른이 되고 싶다. 어린 아이는 답답하다. 모르는 것, 할 수 없는 것 투성이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입을 다물고 있는 그녀의 주의를 환기시키듯 갑자기 그때 문득 아하트가 약간 웃음기서린 목소리로 꺼낸 말에 지현은 눈을 크게 떴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면 많이 있는데?”
“네?”
“지금 당장만 해도 꽤 절실한 소원이 있지. 예를 들어 아가씨가 어제부터 나한테서 멀찍이 떨어져 앉는 게 안타까운데 내 쪽에서는 가까이 다가가기 힘든 일이라거나.”
- 4권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