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포장마차
의료계의 신이라 불리는 신경외과 의사 서준.
맺고 끊음이 분명한 차가운 성격의 그의 앞에
갑자기 순대 봉지를 내민 독특한 여자가 나타났다.
병원 앞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씩씩한 여자, 차민주.
살짝만 건드려도 파르르 떠는 그녀의 성질 덕에
그녀와 벌이는 묘한 신경전은 메마른 그의 일상에
알 수 없는 감정의 동요를 일으키며 그를 혼란스럽게 하는데…….
“당신 앞에 서면 난 나를 잃고 말아. 나도 내가 다음에 어떤 행동을 할지 알 수 없으니 헛된 도발은 삼가라고.”
냉정하고 까칠한 의사 선생님과 순정 만화 속 캔디 같은 여자의
달달하고 유쾌 발랄한 러브 스토리!
-본문 중에서-
“뭐라고요?”
재미있다. 살짝만 건드려도 파르르 떠는 그녀의 성질이 그로 하여금 생각보다 앞선 말을 내뱉게 한다.
준은 입술까지 앙다물며 아직도 젓가락끼리 대치하고 있던 오징어 한 점에 힘을 주는 그녀를 느꼈다. 저 반짝이는 눈동자에 들어찬 것은 비장함? 그렇다면 이쪽도 순순히 놓아줄 수야 없지.
“입에 맞지 않는 반찬을 드시느라 고생하셨네요. 뭐, 말은 그리해도 밥그릇은 텅 비었지만.”
“시장이 반찬이라고, 내 배 속도 누구 속 못지않게 음식을 그리워했던지라.”
“아, 네. 그런데 저기, 뒤에서 저분이 부르시는 것 같은데요?”
“어? 누가요?”
언제 어디서든 콜을 받을 수 있는 직업에서 얻은 것이라곤, 누가 찾는다는 소리에 청각보다 먼저 몸이 반응한다는 것이었다.
준이 급히 몸을 돌려 식당을 살폈을 땐 식당엔 그를 찾는 사람은 없었다. 늦은 저녁을 마친 몇몇 의사들과 간호사들조차 뒷정리를 하고 나가는 추세였다.
“누가 날 찾는다는 겁…….”
“아닌가? 다른 선생님이었나 보네요. 미안해요.”
전혀 미안하지 않은 표정으로 통통한 오징어 한 점을 잘근잘근 씹고 있는 그 입이 정녕, 엄마를 살려 달라 애원했던 입이란 말입니까.
준은 묘한 신경전에서 쓰리게 패한 패자가 되었다. 그런데 이 여자 성격이 좋은 건지, 정말 그를 남자로 의식하지 않는 건지, 그의 젓가락이 잡고 있던 오징어를 참 잘도 씹어 먹는다.
“맛있습니까?”
“톡 쏘는 상큼함이 화기를 가라앉혀 주네요. 의사 선생님이니 당연히 아시겠죠? 식초는 피로 회복과 미용에 좋대요.”
“그렇습니까? 그럼 차민주 씨가 많이 먹어야겠군요. 마저 드십시오.”
오물오물 움직이던 입이 멎었다. 날카롭게 노려보는 눈빛이 섬광을 발한다. 참 다양한 표정의 얼굴이다.
“아세요? 선생님이 얼마나 밉살맞은지?”
“하!”
“제가 솔직히 이런 말씀까진 안 드리려고 했는데요. 선생님의 그 빈정거리는 성격, 여자들에게 별로 안 먹히거든요? 보아하니 연세도 있으신 것 같은데.”
“여자 나이 서른도 남자들에겐 그리 먹히진 않죠.”
“아! 어, 어떻게 아셨어요?”
놀라서 커다래진 눈, 다양한 표정 중에 이 모습이 제일 귀엽다. 준은 그가 알고 있는 차민주의 얼굴 표정 중, 놀란 모습이 제일 사랑스럽다는 결론을 내렸다. 뭐? 사랑스러워? 스스로의 생각에 가슴 한편이 덜컥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