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일곱 시, 나를 만나는 시간
요가를 통해 소통하고 성장한 날들의 기록
세상에 상처 없는 사람은 없다. 들키지 않기 위해, 아프지 않은 척하기 위해 감춰두거나 숨겨놓았을 뿐 모두가 크고 작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 몸은 자신의 상태를 드러내는 데 정직해서 몸 어딘가가 아프거나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으면 ‘병’이라는 형태로 내적 불만과 불화 상태를 표출한다.
남보다 약하게 보일까봐, 불쌍하게 보일까봐 아무런 문제 없이 행복하게 살아온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은 답이 아니다. 아픈 경험을 그대로 털어놓을 때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서 느꼈던 비슷한 경험들을 돌아보며 위안을 삼기도 하고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한다. 그것이 나를 만나는 여정의 첫 번째 과정이고, 치유(힐링)의 시작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스스로를 치유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일상 속에서 사람들과 나누고 공감하며 함께 성장한 날들에 대한 기록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요가를 통해 자기 스스로를 치유한 사람들의 이야기이자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사랑에 빠질까 말까 고민하는 서른일곱의 외동딸에서 아버지의 그늘에 가려 자신의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상실한 딸, 다문화 가정 속 이방인이라는 굴레에 갇혀 버린 가정주부, 워킹맘이라는 한계 속에서 육아와 일을 두고 고민하는 전문직 여성, 사람들의 관심과 시선 때문에 틱장애를 앓고 있는 시민활동가, 어머니의 지나친 기대로 아토피성 피부염을 앓고 있는 딸의 이야기까지 살면서 누구나 한 번은 겪을 만한 보편적 문제를 ‘사랑, 자아 찾기, 가족 관계, 몸과의 대화’라는 4가지 큰 주제로 엮어 사례로 풀어놓았다. 이 여정에서 사람들은 그동안 숨겨두었던 나의 참모습을 만나 화해하기도 하고 인정하기도 하면서 ‘참자아(참나)’를 깨닫고 몸과 마음의 평온함을 되찾는다. 그래서 여기에 나오는 열여섯 명의 주인공은 당신일 수도 있고, 내 친구나 가족일 수도 있다.
몸으로 마음을 치유한다
나를 돌아보고 과거를 털어냄으로써 우리는 성장한다. 그러나 과거의 상처를 끌어내 나를 드러내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다. 하지만 나를 바라보고 내 몸을 긍정할 때 치유가 시작되고, 그 안에서 나를 둘러싼 세상도 바뀐다.
이 책이 다른 요가 관련서와 달리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거나 완성된 자세보다 각각의 몸 상태와 마음 상태에 맞는 변형 자세를 주로 소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무리해서 완성된 자세를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각자의 상태에 맞춰 몸과 마음이 소통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그것이 몸, 마음, 숨의 결합인 요가의 진정한 의미이기 때문이다.
세상 속으로 당당하게
저자의 고백이 없었더라면, 아니 저자가 상처 없는 사람이었다면 이 책은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그는 자기 스스로를 상처투성이였던 사람이라 고백한다. 평생의 고통과 아픔으로 기억될 일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더 큰 꿈을 꾸고, 더 많은 것을 경험하며 살 수 있었을 테니. 하지만 상처가 있었기에 좌절 속에서 성장할 수 있었고,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는 삶, 그리고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는 점에서는 상처는 이제 고마움이 되었다. 힘겨운 상태에 계속 머물러 있거나 누군가가 일으켜주기를 기다리지 않게 해줬으니,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노력하게 만들고 다시 움직이게 만들어 줬으니 말이다. 그것은 상처와 아픔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희망을 갖고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게 하는 힘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랬기에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히 털어놓을 수 있었고, 사람들은 그를 통해 만나기 두려웠던 상처를 용감하게 대면했고, 그 과정에서 자기를 바라보고 자기를 사랑하며 자기 스스로 치유하는 변화를 이뤄냈다. 이 책이 사람들과 나눈 기록을 넘어 저자의 자아 찾기 과정이기도 한 이유다.
“상처를 드러내는 데 두려워하지 마세요. 드러낼 수 있는 만큼 드러낼 때 당신의 상처도 그만큼 치유되고, 당신 주변에 있는 다른 이들도 위안을 얻고 치유가 된답니다.”
저자의 당부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치유의 힘으로 작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