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비받침 2011.3 - 내적 자신감 회복을 위한 독립출판 프로젝트 봄호
“다 필요없다! 우리가 직접 책을 만들자!”
출판영업자 종수 , 국문학도 출신 새내기 디자이너 경놈 , 장애인 활동보조인 적우 , 출판사 편집자 화룡 , 일러스트레이터 말리 , 중대 문창과 출신 백수 영초 , 성균관대 철학도이자 출판 편집자 은휘 등 자칭 냄비받침들이 각종 응모와 투고 그리고 그에 대한 기다림에 지쳐 직접 책을 내기로 했다. 〈내적자신감 회복을 위한 독립출판 프로젝트 냄비받침〉이 바로 그것이다.
종수의 시는 단순히 읽는 것만으로도 그 특유의 리듬과 환상적인 이미지로 끌려들어가게 된다. 또한 그 문장들의 의미를 곱씹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적우의 ‘호마’는 일반적인 장르소설을 넘어 깊이 있게 인간의 본성을 파헤치고 있다. 화룡의 ‘작고 작은 이야기’들은 가벼우면서도 가볍지 않게 읽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또 안타깝게 만든다. 말리의 만화 ‘날고 싶은 고양이’ 또한 마찬가지. 이 그림들은 사람이 느끼는 미련, 슬픔, 고통, 갈등 들을 환기시키며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영초의 소설은 소설 본문보다 주가 더 많은, 보기 드문 ‘주’소설이다. 어쩌면 단순한 내면의 독백일 수도 있겠으나 그 독백의 깊이가 결코 얕지 않다. 은휘의 너의 막대사탕은 한 여성이 여성으로 굳어지기까지의 과정을 2인칭 시점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너와 나는 결국 ‘하나인 나’이지만 소설 속의 ‘너’는 ‘나’ 즉 일종의 경향, 본성 를 알지 못한다. 작가는 기성작가 못지않은 필력을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책의 편집디자인을 포함한 디자인을 맡은 경놈의 감각은 감히 최고의 디자이너라고 칭해도 무방할 것이다.
단순한 배설이 아닌 상당한 수준의, 그리고 이처럼 재미를 포함한 다양한 개성을 한 권의 책 안에서 보는 것은 독자들에게 참신하면서도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이 냄비받침이란 잡지는 말 그대로 이들의 ‘내적자신감 회복을 위한 독립출판 프로젝트’다. 어디에서도 소통할 통로를 얻지 못한 이들이 연, 자신들의 끼를 발산하기 위한 하나의 탈출구이자 이들과 같은 마이너들을 위한 또 하나의 채널이다.
*현재 이 책은 홍대 상상마당에서 종이책으로 판매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