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듣는 법 - 듣는 형식과 표현하는 언어를 알면 감동이 더욱 커진다 : 음악의 즐거움 1
다양한 수신기를 켜고 음악과 나의 주파수를 맞추기
저자는 곰브리치의 ‘미술 감상은 작가와 작품에 주파수를 맞추는 작업’이라는 개념을 빌어와, 우리가 음악을 들을 때는 자신이 습득해온 모든 ‘듣는 형식’을 총동원해 음악과 자신의 주파수를 맞추며 어떤 반응이 일어나길 기다리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여기서 ‘듣는 형식’은 비단 ‘이런 음악은 이런 패턴으로 듣는다’라는 음악 자체의 형식, 음악이 불러일으키는 정서에 반응(감동)하는 청중의 반응 양식뿐만이 아니다. 음악을 공연하는 장소, 음악을 말하는 논리, 나아가 음악의 문화적 배경도 포함된다.
이 책은 우리가 음악을 듣고 이야기할 때 스위치를 켜놓은 다양한 수신기(‘듣는 형식’)를 하나하나 살펴봄으로써 음악을 더 풍부하게 즐기고, 감상의 깊이를 쌓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1장에서는 음악을 체험하는 ‘감성 차원’에 관해 고찰한다. 언어로 생각하기 이전의 음악 청취, 최대한 언어를 개입시키지 않고 음악을 듣는 법에 대해 살펴본다. 2장에서는 음악을 어떻게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다룬다. 3장의 주제는 ‘언어로서의 음악’으로, 음악 자체를 하나의 언어로 인식하는 문제를 다룬다. 그리고 4장과 5장에서는 각각 ‘역사’와 ‘사회’의 맥락에서 음악 듣기에 관해 논한다.
단순히 듣는 즐거움에서 나아가
취향을 세련하고 지식의 깊이를 더해가려면
“음악 장르를 ‘안다’라는 것은 하나의 문화에 뛰어들어 그 암묵적인 아카이브에 대한 사정 전반을 속속들이 깨치는 것이다. 역사를 알고 가치체계와 그 메커니즘과 함축을 이해하고 어휘를 습득하는 것, ‘음악을 듣는 법을 안다’란 바로 이런 것이다.”-294쪽
이 책에서 말하는 ‘음악을 듣는 법’은 ‘음악을 듣는 매뉴얼’과 ‘음악을 듣는 마음가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저자는 음악을 듣고 언어로 표현할 때 분명한 방법론이 있지만, 그것이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음악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음악에서 무엇을 추구하는가?’, ‘음악 앞에서 어떤 자세를 취하려 하는가?’ 같은 근본적 태도를 갖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단순히 음악을 듣는 즐거움에서 나아가 취향을 세련하고 지식의 깊이를 쌓고 싶다면, 이런 근본적인 물음에 대해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그 규칙 없는 규칙을 알아가는 좋은 길잡이가 되어준다.
이 책은 주로 클래식 음악을 다루고 있지만, 예술 전반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고 취미를 즐길 때도 참고할 만한 내용이 많다. 저자가 말하는 ‘잘 듣는 사람이 되기 위한 매뉴얼’ 중 몇 가지를 소개한다.
ㆍ 타인의 의견에 연연하지 않는다. 일일이 ‘어땠어요?’ 하며 타인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다.
ㆍ 세평에는 주의한다. ‘간판에 거짓이 있는’ 사례는 의외로 많다.
ㆍ 자신의 버릇을 안다. 그리고 객관적 사실과 자신의 취향은 어느 정도 구분해서 듣는다.
ㆍ 절대적인 걸작을 제외하고 많은 음악은 ‘이야기꾼’의 좋고 나쁨에 따라 재미있게 들릴 수도, 지루해질 수도 있다. 음악에 대한 언설을 경시할 수는 없다.
ㆍ 음악에는 ‘본래의’ 맥락이 있고, 전승 과정에서 형성된 맥락이 있으며, 다른 문화/시대에 이식되어 더해진 맥락이 있다. 자신이 어느 맥락에서 들으려고 하는지 의식하며 들어보자.
ㆍ 어떤 장르에 정통한 친구를 사귄다. ‘이 각도에서 들으면 이렇고, 저 각도에서는 이래’ 하는 식으로 여러 가지 듣는 법의 가능성을 가르쳐달라고 하자.
ㆍ 어느 하나를 정해놓고 계속 관찰하는 식으로 들어보자. 예를 들어, 같은 오케스트라의 정기연주회를 계속 찾아본다. 머지않아 완성도의 미묘한 차이가 보일 것이다. ‘듣는 귀’를 만들려면, 이름난 음악가들의 연주를 맛보듯 감상하기보다 이렇게 하는 것이 훨씬 낫다.
ㆍ 음악은 봐야 안다. 본래 음악이란 날것인 인간의 몸에서 나오는 것으로, 귀로 듣기만 하는 음악은 아무래도 온몸으로 동조하기 어렵다. 특히 처음에는 라이브 위주로 듣는 게 좋다.
ㆍ ‘끝까지 듣고 싶다’라는 느낌을 소중히 할 것. 도중에 중단하는 게 왠지 망설여진다면, 바로 그것이 당신을 위한 음악이다.
ㆍ 음악에 관한 책을 읽으면 감상의 폭이 비약적으로 넓어진다. 다만 다른 사람이 사용한 어휘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말을 찾기까지 가설의 발판 같은 것이다.
ㆍ 관심 가는 음악이 있으면 그 나라 언어를 조금 배운다. 음악을 통해서 말을, 말을 통해서 음악을 더 알게 될 것이다.
ㆍ 그 장르의 아카이브를 안다. ‘장르’로 확립된 음악이면 반드시 관객이 암묵적으로 전제하는 가공의 도서관이 있다.
ㆍ 장소를 즐긴다. 음악은 반드시 어떤 ‘장’ 안에서 울려 퍼진다. 음악과의 가장 행복한 만남은 ‘음악’과 ‘나’와 ‘장’이 딱 어울렸다고 생각되는 순간에 있다.
ㆍ 스스로 음악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