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분노와 저항의 한 방식, 페멘 - 가슴은 우리의 무기

분노와 저항의 한 방식, 페멘 - 가슴은 우리의 무기

저자
페멘
출판사
디오네
출판일
2014-09-26
등록일
2015-01-05
파일포맷
COMIC
파일크기
3KB
공급사
우리전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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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들은 왜 화관을 쓰고 가슴을 드러낸 채 세상을 향해 소리치는가
2009년 8월 24일, 우크라이나의 독립기념일. 한 소녀가 키예프에 있는 마이단 독립광장에서 상의를 벗고 시위를 벌이는 일이 발생했다. 그녀는 머리에 화관을 쓰고 벌거벗은 가슴에 ‘우크라이나는 매음굴이 아니다’라고 적은 채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었다. 보수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나라로 알려진 우크라이나였기에 그 일은 대단히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사건의 주인공은 옥산나 샤츠코(Oksana Chatchko). 2008년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에서 결성돼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던 여성 페미니스트 단체 페멘(Femen)의 회원이었다. 그녀는 왜 페미니스트 운동의 역사 자체가 전무한 우크라이나에서 상의를 벗어 던지는 과감한 시위를 하게 된 것일까?
용감무쌍하고 자유로운 현대판 아마존 여전사들
우크라이나 서부의 소도시 크멜니츠키에 살던 세 명의 소녀 안나 훗솔(Anna Houtsol), 사샤 셰브첸코(Sacha Chevtchenko), 옥산나 샤츠코는 소련 붕괴 이후 몰아닥친 자본주의에 대한 혐오로 똘똘 뭉쳐 있었다.
이들은 마르크스주의 성향의 동아리에 가입해 오래된 소비에트 철학 매뉴얼과 마르크스, 엥겔스, 그리고 19세기 독일 사회주의자 아우구스트 베벨의 『여성과 사회주의』를 공부하였다. 그리고 이 공부를 통해 여성의 자유를 위한 투쟁에 뛰어들기로 결심한다. 베벨의 사상 속에서 남성 우월주의와 자본주의, 그리고 언제 어디서건 여성을 억압하는 종교에 대한 혐오감을 뒷받침해 주는 과학적 토대를 발견했던 것이다.
2008년 봄에 시작한 이들의 활동은 처음에는 순수하고 유치한 감이 없지 않았으나, 점차 화려하고 눈길을 끄는 모습으로 변모되었다. 이들은 무엇에 저항할 것이며, 목표물은 어떻게 정할 것인지에 대해 열심히 해답을 찾았다. 그런 과정을 통해 ‘우크라이나는 매음굴이 아니다’라는 첫 번째 대주제를 발견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국내에서 권력의 비호 아래 성업 중이던 섹스산업에 반기를 들고 일어났다.
이렇게 십여 차례 시위를 벌이며 투쟁하는 동안 이 단체는 제대로 된 모습을 갖추게 되고 시위 내용도 여성 운동을 넘어 인간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는 모든 것으로 확산시킨다. 이때부터 페멘이라는 명칭도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페멘(femen)은 대퇴골을 뜻하는 라틴어 femur에서 온 변이형으로 ‘넓적다리’라는 의미인데, 불어로 여성을 뜻하는 ‘femme’와 동음조이다.
2009년에는 케르손 출신으로 키예프에서 공부하던 인나 셰브첸코(Inna Chevtchenko)가 크멜니츠키 3인방에 합류함으로써 이 모임의 골격을 이루는 4인방이 모두 모이게 되었다.
페멘은 다양한 방식으로 시위를 펼쳤다. 플래카드 색깔을 다르게 하기도 하고, 그래픽을 새롭게 혁신하기도 했다. 슬로건을 외치는 방식도 그때마다 달랐고, 회원들이 취하는 포즈도 각양각색이었다. 그러다가 페멘의 이미지를 시위하는 여성들, 즉 ‘여성 전사들’이라는 사실을 환기시켜야만 하는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그 선봉에 옥산나가 섰던 것이다. 여성이 가슴을 드러낸다는 것은 무기가 없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들의 운동은 본질적으로 비폭력을 지향한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그것이 페멘이 무기가 된다.
이후 반라(topless)의 몸 위에 구호를 적고 머리에 화관을 쓴 채 시위를 벌여 나가는 모습은 페멘의 상징이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페멘은 용감무쌍하고 자유로운 현대판 아마존 여전사라고 할 수 있다.
억압받는 여성을 넘어 모든 인간의 해방을 위해 투쟁하다
이 여전사들은 조국인 우크라이나에서 시작해 세계 곳곳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지위를 위해 투쟁할 뿐만 아니라 성적 차별, 무자비한 독재, 교조주의적 종교, 경제적 약탈 등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억압하는 모든 것과 맞서 싸우고 있다. 그래서 키예프 대성당 종탑에서 경종을 울리고, 다보스 포럼 개최 장소의 지붕에 잠복하고 있는 저격수들 앞에서 성벽 위로 기어올랐다. 또한 이스탄불 대사원 앞에서는 가슴을 드러낸 채 시위를 하고, 매우 도발적인 모습의 수녀로 가장해서 가슴 위에 ‘우리는 게이를 지지한다’는 글귀를 써 놓고 시비타스 등 가톨릭의 극단적 보수주의자들을 공격하였다.
비록 모든 면에서 이들의 사상이나 활동 방식에 공감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전적으로 인류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이 열정적인 젊은 여성들은 우크라이나, 러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 희망의 상징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 네 명의 젊은 우크라이나 여성들이 펼치는 모험은 이들이 벌이는 요란한 소동 이상의 가치로 알려지고 이해되어야 한다.
2014년 현재, 페멘은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프랑스, 독일, 브라질, 이집트에 지부를 둘 정도로 확장되었다. 특히 프랑스 센터는 여성을 넘어 인간을 억압하는 자들을 공격하고,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자아를 실현하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운동가들을 양성한다는 사명을 가지고 운영된다. 이것이 바로 페멘이 소망하는 세계 혁명의 첫걸음이다.
이 책은 프랑스의 저명한 저널리스트이자 구소련 전문가인 갈리아 아케르망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정치, 종교, 경제 등 사회 전반의 불평등과 억압에 맞서고 있는 페멘의 4인방 안나 훗솔, 사샤 셰브첸코, 옥산나 샤츠코, 인나 셰브첸코 각자가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배경에서 활동을 시작했으며, 어떤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소개한다. 또한 페멘이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는 모습과 긴장 넘치는 시위 준비 과정들, 가슴 시위를 벌이는 데 겪었던 갈등, 그러면서 ‘인간 해방’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전진해 가는 그들의 모습이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보는 듯이 펼쳐진다. 페미니즘을 지향하는 여성운동가들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시스템에 반기를 들고, 인간 보편의 가치를 추구하는 데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페멘의 신화에 접속하라
목수정(문화정책연구자. 저서: 『월경독서越境讀書』『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 역서 :『멈추지 말고 진보하라』)
이것은 우리가 일찍이 들어 보지 못한 새로운 방식을 지향하는 페미니스트 운동의 기록인 동시에, 총명한 우크라이나 소녀 네 사람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전사로 변화해 가는 모습을 담은 눈부신 성장기이다.
인나, 사샤, 옥산나, 안나는 소비에트연방 해체 후, 자본주의가 신속하게 서민들의 삶을 파괴하던 시절에 유년기를 보냈다. 과거, 풍요롭진 않아도, 자신의 영역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었던 그들의 부모들은 존엄도, 집도, 삶의 의미도 빼앗긴 채 자본의 노예로 전락해 갔고, 우크라이나 처녀들의 유일한 꿈은 서유럽의 남자를 만나 희망 없는 땅을 탈출하는 것이 되어 갔다. 정치인들의 비호 속에 섹스산업은 날이 갈수록 성장하여, 고개만 돌리면, 검은 손들이 소녀들의 손을 잡아끌고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이끌고 가 버렸다.
자본주의에 힘없이 투항해 버린 세상을 혐오하며,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나선 소녀들이 처음 한 일은 마르크스, 엥겔스, 그리고 아우구스트 베벨을 공부하는 것이었다. 그 공부 끝에 섹스산업, 독재, 종교의 교조주의를 가부장주의가 발현시킨 3대 악으로 규정하게 되었고, 여기에 저항하기 위한 조직을 만든다. ‘우크라이나는 매음굴이 아니다’가 그들을 세상에 알린 첫 행동의 주제였다. 이는 섹스산업을 통한 돈벌이에 혈안이 된 우크라이나 사회에 대한 공격이었다.
페멘은 여성이 자신의 신체에 대한 소유권을 박탈당한 채 살아간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남성이 여성을 억압하는 주요 방편이 바로 여성의 몸이었기에, 그것은 역으로 여성 해방을 넘어 모든 인간 해방을 위한 결정적인 열쇠가 된다는 사실을 그들은 간파한다. 그리하여 바로 페멘의 유명한 트레이드마크가 된 벗은 상반신, 머리에 얹은 화려한 화관이 탄생한다. 그것은 남성에게 지배당하는 대상이던 여성의 육체를 행동의 주체로 변신시키는 드라마틱한 역전이었다. 가부장제의 통제에서 벗어난 여성의 나신은 바로 그 체제 자체를 무력화시킨다. 효과적이면서 동시에 아름다운, 그리하여 단숨에 적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무기를 발견한 이 대목이야말로 페멘이라는 전설을 구성하는 가장 탁월한 대목이다.
그들이 공격하는 대상은 섹스산업의 고객이기도 했고, 다보스 포럼에 모인 기업인들이기도 했으며, 정치와 결탁하여 여성의 몸을 억압하는 데 앞장서는 종교이기도 했다. 특히 여성의 몸을 니캅이나 부르카 등으로 감싸도록 하며, 간통을 한 여자에게 투석 처형 판결을 내리는 이슬람국가들은 그녀들의 일차적인 극복 대상이 되었다. 2008년 처음 우크라이나에서 탄생한 페멘은 2012년 파리에 또 다른 본부를 설립하고, 지금 전 세계로 그 조직망을 뻗어 나가며 전무후무한 강력한 페미니즘 운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14년 한국, 자신의 상품가치를 높이기 위해 성형을 하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 여성과 명품백으로만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는 남성들은 지옥 같은 자본 시스템의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이다. 세상의 모든 수컷과 암컷이 누리는, 유혹하고 매혹당하며, 짝을 짓는 행위에서마저 우린 자본에 의해 농락당하고, 소외당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 같은 게임의 룰을 거스를 힘이 없는 자들은 익명의 SNS 공간에서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린다. 함께 세상을 일궈 가야 할 동지이어야 할 이들을 이간질하는 것은 바로, 자본과 그와 결탁한 가부장제다. 페멘은 세상의 모든 남자가 여자의 적이 아니라, ‘가부장제’가 그들 모두의 적이라는 사실을 밝혀 주고 있다.
우리를 노예로 만들어 버리는 시스템에 무력하게 투항하기 전에, 각자가 가진 무기 하나씩을 들고, 저항하는 것. 그 과정 자체에서 즐거움과 힘을 얻고, 이 지상에 우리의 이상사회를 조금씩 뿌리내려 가는 법을, 이 불꽃처럼 뜨거운 책은 상세하게 전하고 있다. 이 현재진행형의 새로운 신화에 접속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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