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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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

저자
노승영,박산호 공저
출판사
세종서적
출판일
2018-08-28
등록일
2018-11-05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42MB
공급사
YES24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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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황
  • 보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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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아름답지만 불가능에 가까운 일, 번역”
한국 출판 시장에서 번역서의 비율은 눈에 띄게 막대하다. 전 세계 곳곳에서 주목받은 책들이 한국 시장에 발 빠르게 출간되고, 책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저마다 ‘믿고 보는 번역가’가 있을 만큼 열렬한 팬을 거느린 이들도 여럿이다. 특히 한강이 쓰고 데버러 스미스가 영어로 옮긴『채식주의자』가 2016년 맨부커 국제상을 수상하면서 번역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원작의 가치와 문학적 아름다움을 번역해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은 데버러 스미스가 화제의 중심에 서면서 번역가의 일을 궁금해하는 사람은 물론 번역가를 꿈꾸는 이들도 늘어났다.
『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을 쓴 저자들은 그동안 걸출한 인문 도서를 번역해온 노승영 번역가와, 환상적인 장르 소설을 한국에 소개해온 박산호 번역가다. 노승영은『시사IN』 ‘2014년 올해의 번역가’로 뽑힐 만큼 인정받은 실력파다. 특히 과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반면 박산호 번역가는 스릴러 소설을 많이 번역해왔다. 탐나는 책을 소개하고 옮기기에도 바쁜 그들이 어쩌다가 의기투합해 이 책을 썼을까? 노승영 번역가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 진지한 이야기로 머리말을 시작한 것은 단순히 이 언어를 저 언어로 바꾸는 것만이 번역가의 일은 아님을 밝혀두고 싶어서다. 번역을 하다 보면 언어에 대해, 문화에 대해, 균형에 대해, 아름다움에 대해 깊이 고민할 수밖에 없다. 독자들이 접하는 것은 고민의 결과, 즉 종이 위의 텍스트뿐이지만 그 뒤에 고민하고 실천하고 무엇보다 ‘살아가는’ 번역가가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다.”
텍스트 뒤에 우뚝 서 살아가는 번역가의 삶을 다룬 이 책은『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이라는 제목처럼 번역가의 일상에서부터 번역 테크닉, 번역가 되는 법, 번역료 문제, 선배 번역가로서 추천하는 영어 공부법과 미래의 번역가들을 위한 참고 도서 목록까지 온갖 주제를 다룬다. 번역과 번역가에게 궁금한 것이 있었던 독자는 물론 책의 세계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흥미진진한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번역이란 단순한 옮김이 아니다!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번역가는 숱한 고민의 밤을 보낸다. 다른 나라의 언어를 한국어로 바꾸어 독자에게 소개하는 일은 쉴 새 없이 흐르는 물속에서 단어를 길어내는 것과 같다. 길어낸 단어를 적당한 모양새로 다듬고 알맞은 곳에 이어 조화로운 아름다움이 일품인 조각보를 만드는 것, 그 지난한 일이 바로 번역이라는 작업이다. 그래서 박산호 번역가는 이를 일컬어 “아름답지만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표현한다. 그에게 사진을 가르쳐주던 선생님이 “일본과 한국의 공기나 바람이 달라서 사진에 그런 점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했을 때 번역가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그러니 번역이 어려울 수밖에 없지’라는 것이었다. 우리의 것과는 다른 공기와 바람과 습도를 언어로 포착하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
이 질문에 두 번역가는 본인들의 일상을 대답으로 제시한다. 박산호 번역가는 “텍스트를 읽고 또 읽고 다시 읽는다. 일을 하지 않을 때도 끊임없이 그 텍스트를 생각한다. (……) 작가와 대화를 나눈다고 상상하며 한 언어와 다른 언어 사이에 일어나는 간극을 메우기 위해 줄기차게 매달린다.”
노승영 번역가는 “좋은 번역은 자국어의 지평을 넓힌다”는 신념으로 텍스트를 파고든다. 그는 번역투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번역투가 우리말을 오염시킨다고 생각하지만 언어는 번역을 거쳐 다른 언어와 접촉하며 끊임없이 발전한다. 기존의 한국어 어법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문장을 만났을 때 번역가는 한국어의 틀을 뛰어넘는 새로운 표현 방식을 모색한다”고 말한다. 충분한 고민을 바탕으로 짜인 ‘번역투’는 한국어를 확장하는 실험의 무대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제대로 된 무대가 쌓여갈수록 한국어가 다른 나라의 독자들을 만날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

텍스트에 대한 번역가들의 치열한 고민을 담다
번역가는 텍스트와 엎치락뒤치락하며 벼려진다. 단어 하나를 두고 미궁에 빠질 때도 많다. 예컨대 노승영 번역가는 미국 오대호를 요트로 일주한 저자가 쓴『오대호 항해기』를 번역하던 중 ‘세일(sail)’이라는 대목에서 발목이 잡혔다. 세일은 한국어로 ‘항해하다’, 사전적 의미는 ‘배를 타고 바다 위를 다니다’라는 뜻이다. 하지만 작품의 무대는 호수였다. 처음에 그가 생각해낸 대안은 ‘항해하다’의 ‘해(海)’를 호수를 뜻하는 ‘호(湖)’로 바꾸어 신조어를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 번 쓸 단어를 억지로 만드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에 유의어들을 뒤졌다. ‘항주하다’, ‘주항하다’, ‘운항하다’ 등 과연 어떤 단어가 독자의 머릿속에서 충돌하지 않고 부드럽게 흡수될지 머리를 썩인 끝에 그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호수를 항해하다’라는 모순적인 표현을 쓰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어는 친족 관계를 유난히 세세하게 따지는 언어다. 그래서 ‘sister’라고 불리는 인물이 언니인지 여동생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저자에게 직접 문의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일대일로 대응하지 않는 한국어와 영어 앞에서 고뇌하는 번역가들은 집단 지성으로 일구는 대역어 사전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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