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물결에 대하여
세 번째 시집을 내면서
머릿속이 자유롭지 않다.
늘 떠나지 않는 생각들이 있다.
너무 뚜렷하고 너무 중심적이고 너무 크다.
생각들이 아니고 현실의 일들이다.
내가 노력해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아니라고?
정말 아닐까?
묻고 또 묻는다.
말하자면, 아니라면 왜 사로잡혀 있을까?
적어도 내 삶이라고 할 만한 범위에서는 내가 뭔가 할 수 있어야 하지 않는가?
스스로, 적극적으로, 능동적으로, 긍정적으로, 내가 가진 힘으로, 주체적으로, 나부터, 나나.
도돌이표를 따라 하듯 지속해서 반복하며 곱씹는다.
내가 뭘 어찌할 수 있든, 없든, 아무튼 어떻게 공존할까.
어떻게 공존해야 할까.
어떻게 공존하는 게 잘하는 걸까.
멈추어 선 듯한 삶이 꾸준히 가고 있다.
꾸준히 가는 듯한 삶이 내내 제자리에 멈추어 있다.
이 안개 속에서.
시집 하나 내는 거, 중요한 건 이게 아니다.
그러나 삶의 정리가 어떤 식으로든 한 번씩 있긴 해야 하기에 엮어낸다.
이 안개를 그대로 담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