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담길 바람 중권
비노블 창간 1주년 기념, 동양풍 주종 로맨스 판타지 단편선.
붉은 실로 얽힌, 인연 이야기가 모였다.
여러 명의 작가가 집필한, 가지각색의 이야기.
상권.
『춤추는 강과 붉은빛』
들어가기만 하면 행방불명이 되는 산.
산 밑의 마을에서는 여인의 귀곡성이 계속해서 들린다.
“불쌍하게도. 자신의 한에 잡아먹히고 말았구나.”
『사람이 생긴 날』
미친 여왕. 그녀를 이르는 이름이다. 아비를 폐위하고 친족을 전부 숙청했다.
그리하지 않아도 그녀는 이곳 적국의 하나뿐인 공주였고 유일한 왕위 계승자였다.
하지만 그녀는 그래야만 했다.
이제껏 자신이 당연히 취했던 게 자신의 것이 아닌 남의 것을 훔친 것이란 사실을 난생처음 알게 된 어린아이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꽃멀미』
이 고을에서는 작년 이맘때부터 고을 수령의 처소에 피투성이에 산발을 한 소복 귀신이 나타난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급기야 그중 셋이 진심통(眞心痛)으로 목숨을 잃었고 둘이 벼슬을 버리고 도망쳤다.
“사람이면 물러가고 귀신이면 정체를 밝…….”
“천첩이 듣기에 선후가 바뀐 듯 하여이다.”
중권.
『비단아씨전』
글이나 읽던 서생이 전쟁터에 나가더니 건장한 청년이 되어 돌아와 태화산 이무기의 마음에 불을 질렀다.
이무기는 고운 여인으로 둔갑해 자홍 저고리, 진청 치마 곱게 차려입고 오늘도 서군의 곁을 기웃대었다.
비단 아씨. 저와 백년가약 맺읍시다.
『만월』
아침부터 물기를 머금은 꽃처럼 화사한 소란이 일었다. 아니, 기실 오늘부터만은 아니었다. 서쪽의 오랑캐를 토벌했다는 전령이 황궁에 도착했을 때부터 백천궁(白天宮)에는 한철 빠른 봄이 왔다.
“나를 마음에 담았느냐?”
『설화, 검고 마른』
팔궤에는 10년에 한 번 나라의 길흉을 내다보는 의식이 있다.
대흉의 점괘가 나오면 왕은 죽고, 이와 같은 일이 세 번 반복되면 나오면 하늘에서 짐승이 내려와 나라를 멸망시킨다.
옛 대흉의 점괘가 나왔을 때 왕의 꿈에는 검은 짐승이 나타나 질문을 했다 한다.
공(公)은 씨앗을 심었다. 불행을 받아들이겠는가?
그리고, 지금. 고이궁의 궁주 위응령은 검은 짐승의 꿈을 꾼다.
하권
『여름밤』
세 명의 군공(君公)이 다스리는 동방의 대국, 환(環)을 처음 방문한 자가 필연적으로 듣게 되는 말이 있다.
태령에는 「무월계곡」과 「명궁귀공자」가 있다.
명궁귀공자 홍륜은 아들을 보살피러 온 계집을 본다.
『도련님의 기묘한 자두나무』
세상만사 귀찮고 의욕 없는 게으름뱅이 도련님이 딱하나 집착하는 것은 기묘한 물건.
그중에서도 가장 특출나게 유별난 건, 도련님 나이 열 살 때 주워온 여섯 살가량의 계집아이였다.
도련님, 그때 왜 절 주워오셨어요?
『거먕』
하름달이 목 안으로 골검 한 자루를 모조리 집어넣고 나자 꽃가지처럼 넓게 퍼져 그녀의 몸을 붉게 물들이던 문신들이 사라졌다. 이제 남은 것은 처음 목을 감고 있던 문신 한 줄이 전부였다
“저는 현재 기준 깨어난 지 10일이 지났으며, 터겁산을 벗어나 숙소를 준비하기까지 소모한 힘을 합산하면 총 24일분의 힘이 소진되었습니다. 이후 급격한 소비 없이 존재한다면 2,377일간 활동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