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힘들어 - 십대 자녀와 함께 가는 마음 여행
십대 엄마들의 마음에 ‘여유’와 ‘휴식’을 되돌려놓는 책
남한에 중2가 있어서 북한이 쳐들어오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2병’은 엄마들 사이에 공포의 대상이다. 22년간 학교에서 ‘무서운’ 십대들을 상대해온 저자 문경보는 십대들의 엄마들에게 힘을 주는 책을 출간했다. 꼭 ‘우리집 이야기’ 같은 19편의 상담 사례 속에서 저자는 부모와 자녀 간에 엇갈리는 마음을 짚어주고 갈등을 해소시켜 나간다.
자녀문제는 실은 엄마 자신의 마음속 문제에서 비롯된다. 엄마들이 자녀의 일을 대신 처리하려 하거나 자녀에게 지나친 요구를 하는 것은 마음속에서 과거의 일들이 작업을 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거의 아팠던 감정을 도닥여서 마음에 여유가 생겨야, 자녀와의 관계도 자녀의 진로 문제도 풀릴 수 있다.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에서 1부는 내 과거와 화해하기, 2부는 자녀에게 했던 일을 돌아보기, 3부는 현재 엄마로서의 나를 성찰하기, 4부는 자녀의 진로문제를 주제로 한다. 엄마들이 자주 묻는 문제들에 대한 ‘즉문즉설’도 부록으로 담았다.
엄마와 자녀가 함께 읽는다면 서로 이해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십대를 가르치는 교사와 상담교사들은 이 책을 통해 십대, 학부모를 더 잘 아는 한편, 상담 기법도 터득할 수 있다.
“엄마도 힘들어요. 어디에 말해야 되지요?”
저자 문경보는 500회가 넘도록 전국 곳곳의 강연 현장에서 십대와 엄마들을 만났다. 강연 초기에는 저자도 여느 전문가처럼 엄마들에게 자녀를 너무 억압하지 말고 자유롭게 해주라고 꾸짖듯이 말했다. 그러나 엄마들을 대면할수록 엄마들이 자녀교육 방법을 모르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상담하러 온 한 엄마가 했던 말, “엄마도 힘들어요. 누구에게 호소하나요?”를 계기로 엄마들의 마음 문제를 다시 보게 되었다.
엄마들은 머리로는 최선의 대화법을 알고 있을지 모르지만, 마음의 에너지가 바닥났거나 잘못된 행동패턴을 깨지 못해서 자녀와의 관계가 악화되고 있었다. 자신의 마음부터 평온해져야 자녀를 비롯한 외부에 지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관심과 애정을 쏟을 수 있다. 엄마들이 과거와 현재에 겪었던 감정을 어떻게 다루면 덜 힘들어질지 저자는 실제 상담 사례를 이야기처럼 들려주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드러낸다.
“어머니, 지금 누구의 문제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가정 형편 때문에 학원에 못 다녔던 진광이 엄마는 똑똑한 아들에게 모든 기회를 열어주려고 한다. 학교에도 자주 가서 아이의 생활을 점검하고, 좋은 학원에 보내며 최신 학습 정보를 수집한다. 아들은 고등학생이 되자 엄마의 매니저 활동에 질려서 집에서는 아무것도 안 하려 한다. 뭔가를 하면 할수록 엄마는 더 많은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둘째 딸’이어서 늘 애정결핍에 시달렸던 정연이 엄마는 부모에게 맞추려고 지나치게 애쓰고, 정연이한테도 내내 미안해한다. 중2 딸은 그런 엄마가 불쌍해 보여서 속내를 숨기고 눈치를 봐오다 보니 마음속에는 화가 쌓였다.
두 엄마들은 부모님께 미처 말하지 못했던 감정을 표현한 뒤에야 마음의 자유를 얻게 된다. 부모님이 이미 돌아가셨어도 무덤에 찾아가서 속 풀이를 했다. 아이들에게도 부모 자신의 기억을 털어 놓으면 이해를 구할 수 있다. 그런 뒤에는 화해의 시간이 찾아온다. 그래서 저자는 내 마음을 먼저 봐야, 아이와 인생 문제도 풀린다고 말하는 것이다.
저자는 각 사례의 끝에서 엄마들의 불안을 초래했던 과거의 경험을 ‘거절감, 둘째 딸 신드롬, 완벽주의, 잊혀진 아이’ 등 심리학 개념을 이용해서 쉽게 풀이한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회복하는 법 - 단 둘만의 여행
바쁜 아버지와 자녀 간에도 관계 회복의 기회는 있다. 강연에서 ‘가치관 경매’ 가치관 경매: 경매 형식으로 ‘가상화폐’를 사용해서 여러 가치관의 경중을 따져 보고 진로를 구상하는 프로그램
를 하면, 아이들은 아버지에게 한 달의 휴식을 주고 싶어 한다. 그리고 휴식 시간에는 아무 고민 없이 어렸을 때처럼 아빠와 놀고 싶어 한다. 많은 십대들이 엄마한테도 한 달의 휴식을 주고 싶어 한다. 하지만 엄마를 해외여행에 보내겠다고 대답한다. 아이들에게 엄마는 잔소리하는 매니저이지만, 아빠는 여전히 친구처럼 보이는 것이다. 여기에 관계 회복의 열쇠가 있다.
저자는 아버지와 아들에게 단 둘이서만 여행을 떠나볼 것을 권한다. 단, 아버지는 자녀를 생각한답시고 아들의 미래 문제를 대화 주제로 꺼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면 아들은 여행을 가지 않겠다고 변덕을 부릴지도 모른다. ‘45세 정년’을 고민하는 사오정 아빠만큼이나 십대 아들도 진로 문제로 머리가 터질 지경이니 놀러가서는 걱정 따위는 잊고 싶다.
‘아버지’의 품이란 아들이 성공했든 실패했든 돌아갈 곳이다. 아버지가 기다려 주리라 믿는 아들은 세상 역경에 뒷걸음치지 않는다. 설혹 아들이 실수했더라도 아버지의 “괜찮다” “그동안 못 봐줘서 미안했다”는 말 한 마디면 골칫덩어리, 속을 알 수 없는 괴물 같던 십대 아들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여기에 더해서 저자는 엄마들에게 아버지와 자녀 사이의 ‘마음 유통업자’될 것을 권한다. 엄마 마음에 여유와 힘이 회복되면, 엄마들은 자녀를 향한 과도한 관심을 남편 쪽으로 나눌 수 있다. 그 마음을 받은 남편은 ‘무의식 중에 가졌던 아이를 향한 질투’ 대신에 ‘내 아이를 돌보는 사람’으로 바뀔 수 있다.
알고나 당하자, 중2병. 답은 기다림이다…
부모뿐 아니라 교사들도 중학교 2학년 학생들 때문에 못살겠다고 난리다. 도대체 행동 통제도 어렵고 예측할 수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선생님들 사이에서는 크리스마스 때 산타 할아버지가 중2 학생들에게 ‘개념’이라는 선물을 주셨으면 한다는 농담도 떠돈다.
중2병은 21세기 이전에는 나오지 않은 이야기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2000년대 들어와 고등학교가 특목고와 외고, 특성화고 등으로 분화되면서 진로 고민이 중2 시기로 내려왔다. 그전에는 단순한 희망 사항이던 미래가 중2가 되면 이뤄내야 하는 ‘진로’로 바뀌니 아이들은 두려움에 빠진다.
남학생들은 두려움을 주로 ‘회피’와 ‘분리’의 방법을 사용해서 해결하려 한다. 상황을 전혀 모르는 것처럼 엉뚱한 행동을 한다든지 게임이나 판타지 소설에 빠져버린다. 이것은 무의식에서 나온 자기보호 행동이다. 여학생들은 주로 ‘욕’ 같은 말로 풀어낸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당연시되면서 여학생들도 진로에 관한 부담이 커지면서, 여학생들이 쓰는 말의 공격성도 높아졌다고 이해하면 된다.
자녀가 딸이든 아들이든 부모가 택할 방법은 ‘기다림’이다. 하지만 어떻게 기다리는가는 천차만별일 것이다. 저자는 엄마들에게 간곡히 부탁한다.
“자녀에게 지금까지 보냈던 마음 에너지 중 10퍼센트를 온전히 엄마에게 쓰세요. 아이들이 엄마에게 돌아왔을 때 여전한 모습으로 서 있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