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뜨는 달 1
1970년대 후반, 그 시절 대학생들이 꿈꾸던 순수한 사랑과 젊은 열기 그리고 성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 변하지 않는 청춘의 꿈을 담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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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유학 온 J대학 연영과 신입생 나선랑은 그의 사촌누나이자 대학 4학년에 재학중인 미모의 여대생 경희와 함께 아파트에서 자취를 한다. 그들이 사는 아파트는 일명 ‘5공주’라 부르는 경희의 대학 친구들 현주, 영란, 윤경, 인숙이 수시로 놀러오면서 선랑과 그녀들 사이에 크고 작은 일들이 우연처럼 엮이며 그들의 대학생활은 갈수록 다채로워지고 활기를 띄어간다. 혈기 넘치는 학과 친구들과 선랑이 벌이는 미팅, 축제, 한밤의 일탈, 경희와 그녀 친구들 모두의 가슴에 슬며시 감춰진 서툰 사랑과 성(g)의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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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시간이 흐르고, 대학생으로서 예술혼을 불태우는 나선랑과 순수한 영혼의 현주, 그들은 첫사랑의 열병을 앓으며 당시 상황에서 쉽지 않았던 세 살이란 나이 차이와 집안의 반대 등으로 힘겹게 만남을 지속한다. 심장을 들끓게 하는 둘만의 소중한 밀어들이 물처럼 흐르고 마침내 대나무에 서로의 사랑을 아로새기고 결혼 약속까지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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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해 여름, 섬마을 바닷가에서 선랑과 현주는 예기치 못한 운명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게 된다. 현주의 집안에서 현주와 약혼을 생각하고 맞선보게 한 의대생이 그 섬에 봉사활동을 왔다가 선랑이 외출한 틈에 그녀를 강제로 안으려 한다. 이를 지켜본 선랑. 한순간의 눈 먼 질투와 오해 그리고 배신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현주는 죽음까지도 감내하려 한다. 현주의 사랑에 선랑은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1권>
“선랑아, 지금 내 곁엔 누군가가 필요해.”
“누나.”
나는 조용히 그녀의 두 손을 마주 잡았다. 부드러운 손이었다. 풀잎처럼 연약한 손이었다. 백합처럼 순결한 손이었다. 내 눈에서도 눈물이 고이고 있음을 느끼며 우리는 언제까지나 그렇게 서로를 지켜보고 있었다.
― 본문에서
<2권>
얼마 후에 현주가 내 목을 끌어안으며 흐느끼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난 사랑을 동경해 왔어. 하지만 사랑을 증오하게 됐어. 난 사랑을 두려워했어. 하지만 난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었어. 하지만 누구도 사랑하지 않을 거라고 작정했어. 하지만 널 사랑하게 됐어. 정말이야. 난 널 사랑하고 있어.”
― 본문에서
<3권>
현주는 나의 여자. 선랑은 나의 남자.
우리들이 칼로 새긴 글씨가 조각된 두 개의 대나무를 찾았다. 나는 대나무를 여러 개의 조각으로 잘랐다. 가지와 함께 한 곳으로 모아 불을 지폈다. 나는 대나무가 재로 변하는 순간까지 지켜보면서 눈물을 삼켰다. 현주가 원하는 쪽으로, 그녀를 곱게 보내 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 본문에서
<4권>
내 귀에 현주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난 너의 달님이야, 넌 나의 태양이고. 낮엔 태양 하나뿐이지만 밤에는 달 말고도 많은 별들이 있어. 달은 태양의 빛을 받아 반사하지만 스스로 빛을 내는 별들이 많아. 햇님은 그 별들을 만나야해. 난 너의 달님이 되고 싶은 거야.”
― 본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