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달과 바람의 시절 2
“자꾸만 그분이 떠올라 견딜 수 없네. 밥을 먹지도 잠을 자지도 못하겠어. 온통 그분 생각뿐이네. 도대체 내가 왜 이러는 것인가? 이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무엇이긴. 상사병이다.
이 미련한 친구 같으니라고. 그리 여인네들에게 차갑게 굴더니 곧 작호爵號마저 박탈당할 공주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리다니. 공주와 혼담이 오가면 급사한다는 소문은 그렇다 쳐도 역적의 오명을 쓴 공주와 엮이게 되는 것을 어느 집안에서 두고 보겠는가. 이리됐건 저리됐건 좋은 쪽으로는 끝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이보게, 잊게나. 여인이 그분밖에 없는가?”
“해 보았지…… 잊어보려 해 보았지만…….”
잊을 수 있을 정도면 저리되지는 않았겠지. 그리고 선용을 저리 만들 수 있는 다른 여인이 있을 리도 없었다.
선용은 목석같은 사내였다. 장안의 수많은 내로라하는 규수들이 그의 퇴짜를 맞았다. 학문에 매진하고 무예를 갈고 닦기에 일신을 다 하겠다고 뻔한 말로 누차 거절했지만, 그것들에게서 선용의 마음을 돌려 놓을 만한 수준의 어떠한 여인도 없었기 때문일 터였다. 그만큼 그는 눈이 높았다. 그랬던 선용이 이렇게 꼼짝도 못하고 앓아누워버리다니. 단지 한 번 보았을 뿐인데. 그 공주인지 뭔지가 심히 대단하기는 한 듯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