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상적인 세계에 대한 휘페리온의 동경!
<빵과 포도주>의 시인 프리드리히 횔덜린의 서정적 소설『휘페리온』. 집필에서 완성까지 약 7년이 걸린 이 작품은 횔덜린이 남긴 유일한 소설로, 그리스 청년 휘페리온이 독일인 친구 벨라르민과 연인 디오티마와 주고받은 편지로 구성되어 있다. 18세기 후반의 그리스를 배경으로, 휘페리온의 자기 성찰과 의식의 형성 과정을 보여준다.
고향인 티나 섬에서 평온한 어린 시절을 보낸 뒤 서서히 세계의 본성에 대해 묻기 시작한 청년 휘페리온은 아다마스를 만나게 된다. 아다마스는 휘페리온에게 신화, 역사, 수학, 자연, 천문학을 가르치며 고대 그리스의 세계를 이상으로 제시한다. 휘페리온은 아다마스에게 많은 것을 배우지만, 아다마스는 휘페리온에게 혼자 나아갈 길을 찾도록 하고 떠난다. 스승과 헤어진 휘페리온은 더 큰 세계인 스미나르로 나오는데….
휘페리온은 편지를 통해 유년기, 아다마스와의 만남, 알라반다와 함께한 그리스 해방 전투, 디오티마와의 사랑과 이별, 알라반다와 디오티마의 죽음 등을 풀어놓으며 자신의 생애를 돌아본다. 특별한 사건보다는 인간과 자연이 총체적으로 조화를 이룬 세계에 대한 휘페리온의 동경을 그려내면서, 독일 교양 소설의 새로운 유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양장본]
☞ 시리즈 살펴보기!
50년 만에 부활한 정통 세계문학 시리즈「을유세계문학전집」. 1959년부터 시작된 국내 최초의 세계문학전집은 1975년에 100권으로 완간되며 한국 출판 역사의 이정표가 되었다. 출간된 지 50년 만에 새롭게 내놓은 이번 세계문학전집은 목록을 모두 다시 선정하고 완전히 새로 번역한 것이다. 작품의 역사적 맥락과 현대적 의의,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까지 다룬 작품 해설을 덧붙였다. 2020년까지 총 300권이 출간될 예정이다.
저자소개
저자 : 프리드리히 횔덜린
지은이 프리드리히 횔덜린(Johann Christian Friedrich Holderlin)
반평생을 정신 착란으로 불우한 생을 살다가 세상을 떠난 지 반세기도 넘은 20세기 초에 비로소 현대적 시인으로 부활한 시인 횔덜린. 릴케와 첼란과 같은 현대 시인들은 그를 자신들의 선구자로 여겼고, 철학자 하이데거는 그를 “시인의 시인”이라고 불렀다.
1770년 독일 남부의 라우펜에서 태어난 횔덜린은 일찍이 어머니의 뜻에 따라 성직자의 길을 가도록 정해졌다. 튀빙엔 신학교 시절에는 헤겔, 셸링 등과 교유하면서 정신적으로 많은 영향을 주고받았다. 또한 그 무렵 일어난 프랑스 대혁명을 지켜보면서 혁명의 이상에 심취하기도 했지만, 급진적 혁명 세력인 자코뱅당의 공포 정치에는 반대했다.
1796년 횔덜린은 프랑크푸르트의 은행가인 공타르 가문의 가정교사가 되었는데, 이때 여주인인 주제테 부인과 운명적인 사랑에 빠졌다. 주제테는 이후 횔덜린의 작품에서 ‘디오티마’라는 이름으로 등장하여 인간과 자연의 더 바랄 것 없는 조화를 상징하는 인물로 그려졌다. 1802년 가정교사를 하려고 갔던 남부 프랑스 보르도로부터 걸어서 귀향한 횔덜린은 그때부터 정신 착란 징후를 보였다. 그 후 1806년 튀빙겐의 아우텐리트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되었다가 이듬해부터 목수인 짐머의 집에 머물며 정신 착란자로 남은 생을 보냈다.
횔덜린은 신이 사라져 버리고 자연과의 조화가 무너진 자신의 시대를 탄식하는 한편으로, 모순과 대립이 지양된 조화로운 전체, 신성(神性)의 부활, 이상, 무한성에 대한 동경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기에 그는 인간의 영혼 깊은 곳에 잠자고 있는 고귀한 신성을 일깨우는 것이야말로 시인의 소임이라 보았고, 이에 인간과 자연과 신이 총체적으로 조화를 이룬 고대 그리스의 세계를 이상으로 삼았다.
이런 그의 사상은 그가 남긴 유일한 소설인 『휘페리온』에도 잘 반영되어 있다. 『휘페리온』이 나온 뒤 횔덜린의 문학은 가장 넓은 폭과 풍요로운 만개에 도달했다. 또한 『휘페리온』은 그 서정적 문체와 폭넓은 주제로 오늘날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조화, 사랑, 자유 등의 고대 그리스 정신을 동경한 만큼 척박한 현실과는 불화할 수밖에 없었던 횔덜린은 무려 37년간이나 정신 질환에 시달리다 1843년 73세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 「디오티마에 대한 메논의 비탄」, 「빵과 포도주」, 「라인 강」 등의 뛰어난 시를 남겼고, 소포클레스의 비극 『안티고네』, 『오이디푸스』 를 독일어로 옮기기도 했다.
옮긴이 장영태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과 동 대학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으며, 뮌헨대학에서 수학하고, 「횔덜린의 시학 연구」로 고려대학교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홍익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횔덜린 생애와 문학 사상』, 『지상에 척도는 있는가: 횔덜린의 후기 문학』(2004년도 학술원 우수 학술 도서)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한스 로베르트 야우스의 『도전으로서의 문학사』, 마렌 그리제바하의 『문학 연구의 방법론』, 디이터 람핑의 『서정시: 이론과 역사』, 캐테 함부르거의 『문학의 논리』(2002년도 학술원 우수 학술 도서) 등의 문학 이론서와 『횔덜린 시선: 머무는 것은 그러나 시인이 짓는다』, 유렉 베커의 『거짓말쟁이 야콥』, 『동독 단편 문학선』, 『괴테 시선』 등 독문학 작품이 있다. 또한 「횔덜린의 소포클레스 비극 안티고네에 대한 해석과 번역」 등 횔덜린 문학에 대한 여러 편의 논문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