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
여성주의 미술의 대모 윤석남 화백과 김이경 작가가 3·1절과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권기옥, 김마리아, 김명시, 남자현, 정칠성, 이화림, 박자혜, 김옥련 등 여성독립운동가 14명의 삶을 글과 그림으로 복원해냈다. 노동운동가·간호사·비행조종사·임시정부의 주요인사·무장투쟁운동가 등으로 활약했으나 역사 속에서 단 하나의 그림이나 글로도 남지 못했던 여성 혁명가들의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들려준다. 이 책의 여성들은 남성의 ‘조력자’가 아닌 투쟁가로서 각 분야에서 남성들보다 더 담대하고 끈질기게 독립운동을 이어나갔던 인물들이다. 이들의 삶을 입체적으로 되살려내기 위해 윤 화백과 김 작가는 수많은 논문과 단행본, 그리고 증언과 회고록 등의 1차 자료를 고증했다. 각 꼭지마다 화백 윤석남이 인물들을 재해석해 전신초상, 상반신 채색초상, 연필 드로잉 초상으로 생생하게 그려냈으며, 작가 김이경은 1인칭·3인칭 시점, 인터뷰, 다큐멘터리, 편지 형식 등 여러 문학적 기법을 활용해 인물별 이야기를 덧붙여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삶을 다채로운 파노라마로 보여준다.
“나라를 빼앗긴 절망에 무너지고, 그 속에서 다시 희망을 꿈꾸고,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고, 온몸이 짓이겨지는 고문을 당하고, 감옥에서 청춘을 보내고, 감시의 눈을 피해 국경을 넘고, 펜을 쥐던 손으로 총을 들고, 가족들과 생이별하고, 소중한 아이를 잃고, 그렇게 싸우고도 자랑으로 기억되기는커녕 자취도 없이 잊힌 여성들. 그러나 한 번도 자신의 삶을 후회하거나 한탄하지 않았던 사람들. 강인하고 올곧은 그들의 인생을 이 책에 생생하게 그려내는 것이 내 일임을 깨달았다.”_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