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 용환이
백조도 사랑을 한다!
이 시대 모든 백수와 백조, 장기 취준생, 캥거루족들에게 바치는
씁쓸하고 달착지근한 소설.
백수에겐 사랑할 자유도 없는가.
남들에겐 평범한 일상을 맘껏 누릴 여유도 없는가. 그들에겐 정말 출구가 없는 것일까?
백수에게도 격이 있는가?
마침내 백수의 품격을 찾아 떠나는 용환이의 이야기.
졸업 후에도 학교 도서관에서 죽치며 입사시험을 준비하지만 수 십 번 낙방. 입사시험 포기 후 7급 외무행정직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며 생활비마저 바닥이 난 용환은 볼트 회사에서 일용직으로 알바를 하다가 허리가 다친다. 오갈 데 없는 용환은 요양을 한다는 핑계로 누나 집에서 머무르며 세 조카들을 돌보며 청소하기, 밥하기, 빨래하기 등 집안일을 하게 된다.
백수는 백수인데 집안일까지 하니 ‘백조 삼촌’이라 불리며 조카들에게조차 무시당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점점 상실해 가던 용환. 자신이 지워져 버린 듯한 착각마저 든다.
그런 용환에게 여자나 사랑은 꿈꿀 수도 없고, 자신과는 별개의 세계이다.
그러나 그런 용환에게도 썸 타는 사랑이 찾아오는데... 그녀는 바로 옆집 904호 세영이 엄마. 용환은 세영이 엄마를 통해 자신의 잊었던 정체성과 욕망과 본능을 깨닫기 시작하는데...
본문 발췌:
용환은 실내복 차림에 슬리퍼에 화장도 안 한 얼굴이지만 세영 엄마의 옆모습을 힐끗힐끗 바라 보았다.
술김인지 아니면 진심인지 갑자기 용환은 이런 여자와 함께 늙어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백수에 전망이 없는 자신으로선 앞으로 몇 년 사이엔 ‘정상적인 여자친구’가 생길 것 같지도 않았다.
사회생활이랄 게 전혀 없는 백수의 긴 터널이 언제 끝날지 몰랐다... 세영 엄마는 한 명의 여자 그 자체로 매력이 있었다.
“남편이 너무 자주 괴롭히면 저하고 함께...?”
“총각이시니까 이해가 안 될지도 모르겠네요. 부부가 싸운다고 해서 모두 다 정에 금이 가거나 이혼하는 건 아니죠. 제 친구는 이혼 서류에 합의하고 도장에 찍은 날 남편하고 하루 종일 섹스를 했대요. 그 어느 때보다 야만적이고 강렬하고 깊고 오랜 섹스요...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변태도 서슴지 않았던 것은 이제 다시는 서로 자지 못할 것이라는 절박감이 서로를 탐닉하게 만든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