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삼촌(한국대학방송 추천도서)
한문과 씨름한지도 벌써 6년이 넘었다. 한문 국가공인자격증 2급 취득과 한문교육책 몇 권을 집필했지만, 한문은 여전히 어려운 글자이고, 암호처럼 해독하기 복잡하다. 왜일까?
몇년전, 한문교육서적과 관련해 정말로 집필하고 싶은 분야가 있었다. 화학반응처럼 한문과 한문이 결합해서 새로운 뜻을 만들어내는 한문의 결합원리 책을 쓰고 싶었다. 그러나, 중도에 그만뒀다. 언론인으로 살다보니 시간이 부족해서 집필할 수가 없었다.
이제 좀 여유가 생겼고, 내가 소유한 한자교육서적 수십권을 다시 정리하면서, 한자의 인수분해 책을 다시 꺼내서 보기 시작했다. 4000개의 단어들을 일정한 순서에 맞게 집합처럼 모아놓은 그 책(한자 인수분해. 이인행 作)을 볼 때면, 무지 졸렸다.
日은 쉽지만, 檀은 어렵다. 쉬운 글자들의 결합을 우선 공부하면서, 한자의 재밌는 결합원리를 감각적으로 터득한다면, 한자를 더 쉽게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한자를 배우는 쉬운 지름길이 있다면.... 이 책이 그러한 안내서가 되길 희망한다.
한자결합원리 책을 처음 시도했을 때, 내가 중도에 실패했던 또 다른 이유는 ‘삼천포식 해석’ 때문이다. 하나의 글자에 수십가지 글자들이 결합하는 것을 보면서, 신기하기도 했지만 과연 그렇게 모든 글자를 다루다보면 지면이 부족해 보이기도 했다. 사용하지도 않은 글자를 책에 넣어야할지, 말아야할지 그 기준선이 불분명하기도 했다.
이 책의 핵심은 한자의 눈을 뜨게 해주는 것이다. 한자의 결합원리가 이 책의 핵심이다. 讀같은 글자는 ‘읽다. read’인데, 이 책에서는 다루지 않았다. 言은 쉬운 글자인데, 우측에 있는 글자는 어려운 글자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알 수 있는 한자들로만 책을 엮었다.
이 책에는 해, 달, 해와 달, 해와 달과 그릇...(日 月 明 盟)으로 한자의 결합과정이 자세히 나와있다. 해와 달이 결합해서 어떻게 ‘밝다’는 뜻이 나왔을까? 하늘의 밝은 두 광명체가 합쳐졌으니 밝은 것이고, 서로 다른 해와 달이 결합하면 밝은 것이다. 남자와 여자가 신랑 신부로 만나 결혼하는 글자가 ‘明’이다. 대전의 세계적 관광명소 ‘월명동’(月明洞)도 ‘明’이 사용되었다.
‘동이족이 한자를 만들었다’는 역사적 고증 사실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을 작정이다. 동이족이 한자를 만든 것은 학계의 정설이지만, 현대인으로 살아가는 우리가 한자를 사용하지 못한다면, 역사의 전통도 무용지물일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한자를 아느냐, 모르느냐가 관건이다.
한글을 처음 공부할 때처럼 ‘자음과 모음’의 결합으로 한자도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한자를 배우는 것이 무척 쉬워질 것이다. 한자의 자음과 모음의 결합원리를 깨우쳐주기 위해서 이 책이 나오게 된 것이다. 모쪼록 학생들과 한자 매니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책 제목을 한문삼촌으로 지은 이유는 나를 삼촌이라고 부르는 조카들(영민, 서연, 영우) 덕분에 내가 한문에 더욱 매진(邁進)할 수 있어서, ‘나의 애칭’을 책 제목으로 정했다.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에게 한문이 삼촌처럼 친근해지길 바라며....
아름다운 명령의 이름으로 불리는 ‘미령 누나’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한다. 인생은 본래 거친 사막의 먼지처럼 고달픈 것인데, 사람과 사람이 서로 인연의 뜻으로 맺어져 살아간다면, 그 인연속에 하나님의 은밀한 개입이 존재한다면, 인생은 그래도 살만한 향기의 꽃이 풍기는 것 같다.
내 인생의 스승, 정명석 선생님께 진실함과 절실함으로 깊은 감사를 드린다. 나는 정명석 선생님의 신앙적 제자이며, 더불어 한문해석에 있어서 학문적 제자이기도 하다. 한자를 비유로 나눠서 해석하는 비밀과 그 방법은 정명석 선생님께 배운 것임을 지면에 밝혀둔다.
2014년 9월 3일 수
장창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