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관광잡지에 부유하는 조선 : 디아스포라 휴머니티즈 총서 9
근대 관광잡지《관광조선》이 담은 새로운 ‘조선성朝鮮性’
《관광조선観光朝鮮》은 1939년 6월부터 1944년 12월까지(1940년 12월 《문화조선文化朝鮮》으로 개칭) 발행된 잡지이다. 《관광조선》은 박물적인 형태의 문화재 소개나 스테레오타입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추상적이고 정형화된 조선의 모습을 담았던 기존의 조선 관광안내서와 달리, 최대한 고유하고 독특한 정보를 전달하고 잡지의 읽는 ‘즐거움’을 유발함으로써 새로운 ‘조선성朝鮮性’을 보여 주고자 노력했다.
이 책은 《관광조선》의 창간 배경, 잡지에서 사용된 다채로운 편집과 구성, 책에 수록된 만화와 조선인 문학의 특징, 식민지 문화 전시장으로서 소개하기 위해 내세운 ‘조선 여성’과 ‘도시 경성’의 의미 등을 살펴봄으로써, 일제강점기 ‘조선’이라는 공간을 향유했던 사람들의 삶의 단면을 들여다보는 계기를 제공한다.
조국 혹은 고향을 갈망하는 사람들의 자기표현의 장
《관광조선》의 발행 주체는 ‘일본여행협회 조선지부’, 곧 재조일본인在朝日本人들이었다. 당시 조선은 식민지 통치가 수십 년에 이르면서 재조일본인이 70만 명이 넘고, 독립국가 조선을 경험하지 못한 조선인 세대가 시대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었다. 조선에 거주하는 재조일본인들은 ‘동아東亜’라는 이름 하에 묻혀 버릴 수도 있는 ‘조선朝鮮’을 열도일본에 다시 한 번 각인시키고자 했다. 열도일본인의 반도에 대한 무관심은 곧 반도에 있는 일본인에 대한 무관심과 같은 의미였기 때문이다. 《관광조선》의 편집자들은 이러한 상황에 안타까움을 드러내며 반도를 대륙과 차별화하고 ‘잠재력’, ‘특수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한반도가 특별한 장소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 사실을 열도의 일본 대중이 알아야 한다고 설파했다. 이에 따라《관광조선》은 읽는 ‘즐거움’을 유발함과 동시에 최대한 고유하고 독특한 정보를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또한 기대와 희망에 가득 찬 시선으로 조선에서 삶을 영위하는 개인들에 주목하였다.
곧 《관광조선》에는 제국주의 정책 실현이라는 우산 아래에서 일상을 영위하는 재조일본인과 이들의 2, 3세, 그리고 일부 조선인들의 삶과 바람이 농축되어 있다. 일제 말기 자의 혹은 타의에 의해서 ‘조국(고향)을 상실한 사람들’의 자기표현의 장이 되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