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디 - 코트니 서머스 장편소설
“소녀들은 늘 사라집니다.”
자신에게 다정한 순간을 허락해본 적 없는 어느 소녀의 이야기
사라졌지만 무심히 잊힌 여자들에 대한 반성
어쩌면, 지금을 살아가는, 살아남은 모든 여성에게 보내는 격려
“많은 이야기가 그렇듯, 이 이야기도 여자아이가 죽음을 당하며 시작합니다.”
소설 《세이디》는 아예 이렇게 시작한다. 여성에 향한 이해 불가능한 폭행 또는 죽음은 지금도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너무나 큰 문제이지만 그 때문에 큰 문제로 보지 않기도 한다. 꾸준히 여성의, 상대적으로 더 약자인 ‘여자아이’의 이야기를 해온 작가 코트니 서머스는 《세이디》에서 여동생의 죽음을 계기로 또 다른 여자아이 세이디가 어떤 방식으로 세상에 맞서는지를 보여준다. 세이디가 어떤 일을 겪을지, 어떤 행동을 할지 과거와 현재를 교차해 흥미롭게 그리면서도, 이를 통해 무심했던, 혹은 무지했던 세상 사람들을 일깨운다.
《세이디》는 출간 후 바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미국의 미스터리 소설을 대상으로 하는 에드거상의 YA 소설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어린이와 청소년 도서를 대상으로 하는 시빌스상 YA 소설 부문 대상, 미국도서관협회가 주관하는 오디세이상을 수상하는 등 호평을 받았다.
에드거상 YA 소설 부문 대상, 시빌스상 YA 소설 부문 대상, 오디세이상 수상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사라진 소녀, 그 행방의 끝에 숨겨진 추악한 진실
한 아이가 화재 현장에서 사체로 발견됐다. 열세 살 매티. 마침 소도시를 취재 중이었던 라디오 진행자 웨스트는 주민에게 그 이야기를 들었으나, 이후 딱히 관심을 갖지 않고 잊고 있었다. 그리고 몇 개월 뒤에 웨스트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매티의 언니인 세이디가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이웃 할머니가 연락을 한 것. 한 달 전부터 집에 돌아오지 않고 있는 세이디의 소지품이 있는 차가 발견되었지만 여전히 세이디는 행방불명이라고, 경찰은 단순 가출로 보고 있기 때문에 웨스트가 세이디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라고 했다.
매티의 사건은 흘려 들었으나 이번에는 행동해야 한다고, 변해야 한다고 느낀 웨스트는 본격적인 취재에 나선다. 세이디의 주변인들을 인터뷰하고, 발견된 자동차 등을 단서로 세이디의 행적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이디가 거쳤던 길을 따라가는 동안 경악할 만한 범죄와 누군가의 죽음, 그리고 누구도 몰랐던 추악한 진실이 숨겨져 있음을 알게 된다. 도대체 세이디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새로운 시대에 발맞춰 진화하는 소설
《세이디》는 그렇게 웨스트가 세이디가 행방불명되고 난 뒤에 취재한 내용을 담은 팟캐스트 〈소녀들〉의 내용과, 그보다 4개월 전 세이디가 집을 나간 후 무슨 일을 했는지, 어디로 갔는지 세이디의 시점으로 보여주는 내용이 교차되어 진행된다.
지금은 여러 타입의 SNS, 다양한 형태의 동영상 플랫폼 등 날로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하는 시대이다. 구독을 통해 손쉽게 접근 가능한 팟캐스트 역시 인기 있는 미디어 중 하나. 국내에서는 뉴스나 교양, 교육 등이 팟캐스트의 인기 아이템이라면, 미국에서는 실제 범죄 사건을 다뤄 재수사와 영화 제작까지 일궈낸 팟캐스트 〈시리얼Serial〉의 엄청난 인기 이후에 범죄 사건을 다루는 팟캐스트가 급증했다.
작가 코트니 서머스는 이번 작품에 요즘 사람들에게 친숙한 미디어인 팟캐스트를 삽입했다. 《세이디》 안에서 팟캐스트는 리얼리티를 더해주고, 흥미롭게 스토리를 편집하는 장치가 되기도 했지만, 나아가 자신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요소로 사용됐다. 제3자로서 열심히 세이디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웨스트의 걸음에 독자들은 점점 마음을 주고, 결국 그의 말은 우리의 목소리가 되어버렸음을 느끼는 것. 또 다른 아이가 죽는 걸 볼 수는 없다는 팟캐스트의 마지막 메시지는 뉴미디어 시대에 어울리는 가장 큰 외침이 된다.
약자의 이야기에 귀 막는 현대 사회의 적나라한 단면
열아홉 살 세이디는 가난한 소도시에서 집도 없이 트레일러에 산다. 아빠는 누구인지도 모르고, 마약 중독자인 엄마는 집을 나갔다. 학교는 그만뒀다. 인터넷 세상을 동경하면서, 주유소에서 돈을 벌어 아빠가 다른, 여섯 살 어린 여동생을 돌보며 살고 있다. 가난하고, 어린, 여성. 누가 봐도 사회의 약자인 세이디는 소외된 삶, 아무도 모르는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던 그녀에게 ‘동생의 죽음’이라는 일이 벌어지지만 그녀는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이 역시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고 끝나리라는 것을. 자신이 움직이지 않으면 범인은 아무 일 없는 듯 잘 살리라는 것을.
《세이디》는 사회의 최약자인 캐릭터를 통해 우리가 사는 사회를 저격한다. 열세 살 소녀가 어떤 일을 당했는지, 어떻게 죽었는지 누구도 관심이 없고, 아무도 모른다. 또, 동생 매티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하겠다고 나간 언니 세이디는 몇 달 동안 단순 가출자로 분류되어 경찰은 찾으려고조차 하지 않았다. 이 소녀가 처절하고 처참한 복수의 길을 간신히 버티며 걸어가고 있는 사이.
세이디의 복수는 성공할까. 세이디는 도대체 어디 있는 것일까. 이 물음들은 중요하지만 또 중요하지 않다. 세이디가 스스로 복수하도록 만들어버린 이 사회를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무심함을 반성하고 무언가를 하려고 행동하는 웨스트야말로 작가가 바라는 우리의 모습일 것이다. 세이디에게 귀 기울여주는 사회야말로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곳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