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없다고 매일 슬프진 않아 - 한 부모 가정에서 자란 통역사의 성장 에세이
한 부모 가정에서 자란 모든 사람과
솔로 육아를 하는 어른들에게 전하는
가슴 먹먹한 용기와 위로의 글.
책을 덮었을 땐 부모, 아이 할 것 없이
한 뼘 더 높은 곳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길 바랍니다.
차별받을까 두려워 숨죽인 시간,
우리는 마치 전염병을 앓는 사람인 양 행동했다
이혼을 바라보는 시선이 변했다고 말한다. 툭 터놓고 말할 거리는 아니지만 적어도 손가락질받는 시대는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틀렸다. 요즘도 심심치 않게 ‘좀 참지 그랬어’라며 이혼을 생리 현상처럼 여기는 사람을 볼 수 있다. 어쩌면 우리는 ‘변했다고 믿고 싶은 시대’에 사는 사람들이 아닐까.
저자는 유년 시절은 한국에서, 청소년기는 카자흐스탄에서 보냈다. 카자흐스탄은 두 가구 중 한 가구가 이혼 가정일 만큼 이혼율이 높다. 한국에서는 숨기기 바빴던 가정사가 그곳에서는 흔한 일이 되니 너무도 편한 일상이었다고 회고한다. 카자흐스탄만큼은 아닐지라도 한국도 1년에 약 10만 건의 이혼율을 달성하는 사회가 되었다. 이런 흐름에 역행이라도 하도 우리는 ‘한 부모 가정’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그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좀처럼 큰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 하지만 조금씩, 아주 조금씩 이혼 가정과 그의 자녀들을 사회가 함께 돌보며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며 예능 프로그램과 뉴스에서 사회적 책임을 논하고 있다.
한 부모 가정에서 자란 소녀의 시선을 따라가며 우리가 알게 모르게 지니고 있던 태도와 인식을 바꿔나가길 바라며 그 경쾌한 발걸음에 이 책이 함께 하기를 소망한다.
엄마는 공부하러 미국에 갔어
앞으론 고모를 엄마라고 불러야 해
이혼은 배우자 간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이혼이 금기시되던 시기엔 더욱 그랬다. 저자는 한쪽 부모를 잃었다는 상실감과 두려움을 떨칠 새도 없이 어른들 손에 이끌려 이혼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 과정에서 겪었던 상처를 책 속에 담았다. 문장 곳곳에는 어린 시절 집안 어른들에게 들었던 말과 느낌이 선명하게 적혀 있다. 그 따가운 말들이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남겼는지도 솔직하게 쓰여 있다.
이 내용은 현재 이혼 가정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들을 위한 것이다. 궁금하지만 묻지 못했던, 알고 싶지만 외면해야 했던 아이의 마음을 이 책으로나마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길 바란다.
더불어 이혼 가정에서 자라고 아이를 키우는 부모를 향한 따뜻한 조언도 함께 담았다. 저자도 육아를 하는 상황이기에 그녀가 던지는 현실적인 충고는 같은 상황에 놓인 부모에게 공감과 위로가 될 것이다.
자식에 대한 책임을 다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깨가 무거운 일인지
그땐 미처 알지 못했다
저자는 자신이 꿈꿔 온 직장을 갖고,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살 수 있었던 것은 ‘아빠’라는 존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아빠는 두 사람의 몫을 꿋꿋하게 해냈다. 생계를 책임지면서 양육을 도맡았다. 쉽게 아픈 말을 던지는 사람들 사이에서 지지 않고 자기만의 육아 방식을 택했다. 그리고 저자는 그 마음과 희생이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에서야 깨달았다고 한다.
한 부모 가정에서 오는 사회적 시선과 그에 따른 자격지심, 결핍 등을 원망으로 돌리는 이들이 있다. 자녀의 상황과 부모의 역할을 모두 겪어 본 저자는 누구보다 한 가정 자녀가 갖는 마음과 고민에 대해서 깊이 공감하고 있다. 이런 마음이 이혼을 받아들이면서도 동시에 이혼을 선택한 부모가 미운, 양립하는 마음을 가진 아이들에게 닿기를 바라며 담담하게 조언을 내놓는다. 동시에 미처 말하지 못했던 부모의 마음을 대신 전하기도 한다. 누군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 놓이거나 어수선한 마음을 잡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이 책은 좋은 위로가 될 것이다.
타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말자.
스스로 나의 삶을 평가하는 게 더 중요하다.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부모의 이혼은 생각보다 자녀에게 많은 영향을 준다. 이혼 가정이란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 할 수도 있으며 매 순간 쏟아지는 편견 어린 시선을 견뎌야 할 수도 있다. 저자는 어른들에 손에 이끌려 바르고 의젓한 아이가 되어야 했다. 한때는 버려졌단 사실에 자신을 쓸모없는 사람으로 취급하기도 했다. 무르익지 못한 마음을 담은 채 성인이 되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나를 무시하는 사람이 되었다.
이 모든 걸 이겨내기는 쉽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어쩌면 지금도 번번이 지면서 자책하고 있을 수 있다. 그렇기에 자기와 같은 상처를 지닌 사람들에게 진심 어린 위로와 용기를 주고 싶다고 밝힌다. 타인이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고 해서 내가 나를 미워하란 법은 없다. 부모가 나를 버렸다는 생각은 접고, 나를 내가 많이 사랑해주자. 이 단순한 사실을 많은 사람이 알아주길 바라며 온 마음을 담아 힘차게 외쳐 본다.
“우린, 잘하고 있어.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