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50년째 살고 있습니다만
네 자매의 둘째 딸, 70년생 이유진
이 책은 1970년생 저자 이유진의 50여 년의 삶을 일별하며 시작한다. 저자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의 삶을 간략히 돌아보며 늘 벗어나고자 했다고 언제나 자유로운 삶을 꿈꿔왔다고 고백한다. 이어지는 1부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삶의 여러 순간들을 추억한다. 주위 어디를 가든 아버지를 닮았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 동네 구석구석을 오가며 놀았던 기억,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들었던 노래들과 그로부터 떠오르는 감정과 장소 그리고 일상, 쉰이라는 나이가 되어 금주를 했던 경험 등 삶의 다양한 기억들을 때로는 담담히 또 때로는 열정적으로 이야기한다. 그리고 2부에서는 이렇게 살아가면서 경험하고 배운 고민과 깨달음 그리고 인생의 자세를 서술한다. 저자는 남들과 다름에 굴하지 않고, 대세에 편승하지 않고도 꿋꿋하게 살아올 수 있었던 그 힘이 자신에게 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은 다름을 추구했고 같지 않음에 불안을 느끼지 않았으며 새로운 것을 겁내지 않았다고, 하고 싶은 것을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즐기며 해냈다고 덧붙인다. 그런 자신의 뒤에는 언제나 아버지라는 존재가 있었다며, 무엇이 되었든 다 해줄 거라고, 하나씩 뭔가를 이룰 수 있도록 지켜봐주고 북돋워주고 지원해주셨다고 감사해한다. 아버지는 누구에게 의지하려 말고 자신을 믿으라고 하셨다며 무엇을 하든 칭찬을 하고 환하게 웃으시며 다음엔 그 이상을 해보자고 하셨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힘들어하거나 곤란에 빠졌을 때면 어디선가 나타나 필요한 것을 채워주고는 유유히 일상으로 돌아가시는 아버지를 슈퍼맨이라 부른다며 항상 지켜보고 따르려는 마음을 갖는다고 덧붙인다. 그런 아버지의 든든한 지지와 가르침을 통해 자신은 용기는 없어도 도전은 한다고, 못 할까 봐 걱정할 시간에 어떻게 할지를 고민했다고 말한다.
50년을 함께 살아온 아버지께 보내는 사부곡
3부에서는 아버지와 50년을 살아오며 보아왔던 여러 경험과 추억들 그리고 그때 느꼈던 감정을 되돌아보고 지금의 생각을 책 속에 하나씩 담아낸다. 그리고 아버지와 함께한 시간들이 자신에게 준 의미를 되짚어 본다. 저자는 50여 년의 삶을 살고서야 딸 넷의 아버지로서 감당해야 했을 무게와 시간, 그 고생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평생 양쪽에 가득히 짊어졌을 가장의 짐을 헤아린다. 단번에 담배를 끊으셨다는 말에는 당시 네 딸과 부모님까지 여섯 가족이 방 한 칸에 살아야 했던 가혹한 현실과 다시 일어서야 한다는 생각에 금연이 그렇게 쉽지 않았을까 이해한다. 아버지가 50대 초반에 쓰셨던 글을 기억하며 지금의 자신처럼 ‘나는 누구인가’를 고민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하고, 아버지가 느끼셨을 외로움, 허무함, 팍팍함 등의 감정을 헤아리며 안쓰러움을 느낀다. 다른 한편으로는 뛰어난 손재주로 옥상에 평상을 만드시고, 뭔가 이상하다 싶으면 뚝딱뚝딱 고치셨던 맥가이버 아버지의 모습도 기억한다. 항상 밥을 차려 주시고 혼자 밥 먹을 때엔 옆에 앉아 계셨던 아버지, 네 자매가 심지어는 어른이 되어서도 어린이날을 기념해 뭔가 사 들고 오셨던 아버지, 옥상에 작은 밭을 일구고 각종 토마토와 상추, 고구마 등을 심고 기르시는 아버지의 모습도 있다. 아버지의 웃는 얼굴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며 자신은 아버지가 환하게 웃는 모습을 좋아한다고 이야기하면서 아버지가 곁에 있음에 감사해한다. 마지막으로 4부에서는 어머니, 네 자매, 사위들 등 그런 아버지의 주위에 있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는다. 언니와 동생들의 결혼 이야기, 같은 건물에 사는 딸들과 세 사위를 포함한 가족모임 이야기, 네 자매의 추억 이야기부터 어머니 아버지의 팔순 이야기까지 가족의 지난 세월과 현재를 그린다. 그리고 아버지의 딸들은 지금도 아버지 집에 모여 앉아 웃고 떠든다며 어머니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고백한다. 이유진 저자의 이 책을 읽으며 독자들도 자신의 어린 시절 그리고 부모님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