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침실로 가는 길
도저히 사랑할 수 없어서, 차라리 사랑하게 된 이야기
괴물을 사랑한 한 여자의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삶
온통 상처로 얼룩진 삶을 살아온 한 여자가 상처받은 마음을 치료하는 치유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어떤 영화보다도 더 선명하게 그려낸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이야기다. 어린 시절 학대인지도 모르고 당했던 폭언과 폭력으로 인해 ‘만신창이가 된 감정’을 가지고 살아야 했던 한 여자의 특별하고도 섬세한 성장 과정이 담겨 있다. 우리는 모두 불편한 진실을 솔직하게 드러내기 싫어한다. 망가지고 일그러진 것 대신에 적당히 미화된 기억만을 소중히 간직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여기! 도저히 사랑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괴물 같은 존재마저도 사랑해버린 한 여자가 있다.
《푸른 침실로 가는 길》의 주인공 ‘시아’는 어느 날 꿈을 꾼다. 꿈속에서 그녀는 남자였는데, 남색 트렌치코트를 입은 여자가 휘두른 무언가에 목덜미를 찔린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제까지와 비할 수 없는 최고의 고통을 느끼게 될 거야!”라는 말을 듣게 된다. 그리고 삶의 모든 순간이 세세하게 기억나기 시작한다. 갑자기 몰아치는 소용돌이 가운데서 울부짖음, 고함, 욕설, 우울, 좌절, 환호성, 죽음 같은 기억 속을 허우적거리며 비명을 지르다가 잠에서 깨어난다.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관자놀이를 꾹 누른 그가 컴퓨터 화면을 켜자 글이 써진다. 당신은 ‘기억의 총’을 맞았다고. 고통스러운 기억을 퇴치하는 방법은 매일 한 가지씩 살아온 기억을 쓰는 것이고 나이만큼 글을 완성했을 때, 기억들은 당신의 명령에 복종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주인공은 고통스러운 삶의 기억을 끄집어내기 시작한다. 마음속에 처음 죽음을 품던 날부터 인생의 바닥까지 내려가 극단의 선택을 시도했던 아픈 기억까지 모조리 적기 시작한다. 글을 써 내려갈수록 서서히 고통에서 놓여난다. 담담하게 써 내려간 이야기를 읽다 보면 실제인지 소설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만큼 몰입하게 된다. 문체는 담담하나 읽는 이의 심장은 빠르게 뛴다. 정서와 신체적 학대가 인간을 어디까지 몰아가는지, 그런 아이에게 엄마란, 혹은 가족이란 어떤 존재로 각인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자꾸 어긋난 선택을 하는 주인공에게 분노가 치밀고 안타까움마저 든다. 주인공 ‘시아’의 기억을 따라가며 펼쳐지는 이야기는 우리가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고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런데도 얼마나 그 삶이 소중하고 사랑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를 깨닫게 할 것이다. 열릴 것 같지 않던 〈푸른 침실〉의 문을 열고 끝내 자신의 근원에 손을 내민 주인공의 용기와 위대한 여정 앞에서 독자들은 어느새 삶을 돌아보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