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 오브 이집트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작가 안드레 애치먼
그해 여름 바닷가, 햇살을 머금은 모래언덕과 오래된 야자수, 북적거리는 도시, 그 시절을 함께 한 모든 사람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어린 시절의 아름답고 애틋한 기억
“아름다운 기억과 그보다 더 아름다운 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북 리뷰》
《아웃 오브 이집트》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리며 독자들을 매혹시킨 안드레 애치먼의 회고록이다. 이집트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기억을 우아하고 재치 넘치는 언어로 선명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과 배경이 탄생한 시작점이 바로 이 회고록이라 할 수 있다.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 풍부한 색상을 담은 배경 묘사와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들, 그들 사이에 일어나는 미묘한 감정, 언어를 통해 생생히 전해지는 냄새와 촉감, 소리까지 작가 특유의 글쓰기가 모두 담겨 있다. 허세로 가득 찬 빌리 할아버지, 성격이 전혀 다른 친할머니 공주와 외할머니 성녀, 바깥일로 바쁜 아버지 앙리와 청각 장애가 있는 어머니 지지, 바흐를 연주하는 플로라 숙모, 오디세우스를 낭송하는 시뇨르 달라바코와 매력적인 가정교사 록사네, 한가족처럼 지낸 가정부 라티파와 하인 히샴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를 끌어가는 주인공 소년. 고개만 들면 펼쳐지는 찬란한 바다와 집 안 가득 퍼지는 커피 향, 햇살에 낱알이 반짝이는 모래언덕이 전하는 여름 아침의 냄새 그리고 활기찬 도시!
나는 수정처럼 눈부신 아침 햇살을 바라보았다. 인간의 숨결이 섞이지 않은 듯한 공기 냄새가 새롭고 신선했다. 견디기 힘들 정도로 더워지기 전의 여름 아침 냄새였다. 눈부신 햇살을 머금은 모래언덕마저도 깨끗한 느낌이었다. 우리는 하늘을 쳐다보고 나서 고개를 내려 저 앞의 저택들조차 보이지 않는 두 눈을 주변에 가득한 모래 색깔로 진정시켜야만 했다. 그리고 얼굴만 들면 바다가 있었다.
-《아웃 오브 이집트》 중에서
1905년 이집트에 첫발을 들인 유대인 청년 아이작을 따라 온 집안이 콘스탄티노플에서 이집트로 이주하는데, 이들 가족은 계속되는 중동전쟁의 위기 속에서도 특유의 기질로 기회를 잡고 대를 이어 풍족한 생활을 영위한다. 이 회고록은 이집트에서 나고 자란 소년이 저마다 개성이 뚜렷한 대가족과 함께 알렉산드리아의 아파트와 학교, 바다가 있는 만다라의 별장을 오가며 인종과 언어, 사상과 종교를 넘어선 다양한 경험 속에서 성장하는 이야기로 결국 가족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전 재산을 빼앗기고 이집트를 떠나기까지의 기억을 담고 있다.
“실제로 작가는 이집트에서 추방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기억은 이집트를 떠나지 않았고, 이집트 또한 그를 떠나지 않았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비록 소년은 이집트를 떠났지만 기억은 영원히 그곳에 머물며 그 시절을 아름답고 애틋하게 추억하듯이,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조용히 눈을 감으면 저 멀리서 들려오는 조용한 파도 소리처럼 저마다의 특별한 기억이 서서히 밀려와 눈부신 햇살에 빛을 반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