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단독주택 - 아파트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단독주택에 살아 보니
단독주택에서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의 변화에 따른 단독살이의 모든 것
이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장으로 나뉜다. 김동률 교수는 아파트와 달리 “단독주택에서는 계절을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라고 말한다. 단독살이는 계절에 따라 각각 다른 매력이 있다. 비근한 예로, 봄에는 마당을 가꾸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하고 여름에는 잡초와 전쟁을 치러야 한다. 가을에는 낙엽을 쓸고 겨울에는 눈을 치워야 한다. 매우 당연한 일이지만 이 책을 읽어 보면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계절마다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김동률 교수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하지만 그러한 번거롭고 귀찮은 수고가, 사서 하는 고생이 아파트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단독살이의 매력 중 하나다.
단독살이는 특히 겨울이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도 겨울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김동률 교수는 마당 텃밭에서 키운 배추와 무로 김장을 하며 겨울을 맞는다. “단독에 사는, 그것도 마당 구석에 텃밭을 가진 사람이 김장을 포기하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지 않기 때문”이다. 엄청난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텃밭의 유기농 농사를 위해 모아놓은 오줌 항아리가 강추위에 터져 숙성된 소변이 대문 밖 골목까지 흘러내린 것이다. 물론 겨울의 단독살이에는 벽난로를 피우고 불멍을 하거나 마당에 나가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낭만도 있다.
“그러나 겨울은 마당 있는 단독에 사는 사람에게 고난의 계절이 되기도 한다. 정원은 볼수록 스산하고 심란하다. 봄, 여름, 가을이 천국이었다면 겨울은 단독살이에게 지옥(?)쯤 된다. 예고 없이 수도관이 터지기도 하고 보일러가 얼기도 한다. 수돗물을 쫄쫄 틀어 놓고 자야 할 때도 있다. 눈이 오면 만사를 제쳐 두고 골목길을 쓸고 구청에서 준비해 둔 소금을 뿌려야 한다. 현관문이 얼어붙어 헤어드라이어로 녹이고 출근하는 날도 생긴다. 완전 개고생이다. 누가 그런 집에서 살라고 했냐고 물으면 사실 답이 없다. 사서 하는 고생이기 때문이다.”
- 〈인간에겐 손바닥만 한 마당이라도 있어야 한다〉 중에서
그래도 단독주택에 사는 이유
아파트에 비해 유지 관리가 어렵고 방범이 신경 쓰이고 난방이 잘 안되는 등 불편한 점이 한둘이 아닌데 김동률 교수는 왜 ‘그래도 단독주택’이라고 외치는 것일까. 그가 단독주택에 대한 판타지를 갖게 된 데에는 유년의 추억이 단단히 한몫하고 있다. 그는 “단독살이는 때때로 유년 시절을 생각나게 한다. 근원적인 노스탤지어인 셈이다”라고 말하며, 어린 시절 시골에서 살며 꽃밭에서 칸나, 샐비어, 채송화, 봉선화 등을 키우던 기억, 마당에서 자치기와 땅따먹기, 공기놀이를 하던 기억, 빨래를 너는 어머니 옆에서 바지랑대를 붙잡고 놀던 기억 등을 떠올린다. 중년의 독자에게는 각자의 추억을 떠올리게 할 것이고, 젊은 독자에게는 경험하지 못한 과거의 풍경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얼마 전 고향 옛집을 찾았다. 철거 전에 꼭 한번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강남의 아파트를 처분하고 돈 안 되는 강북 단독살이를 고집한 것도 이 옛집 탓(?)이다. 단독에서 성장하면 자연스레 단독살이를 꿈꾸게 된다.”
- 〈단독에서 자라면 오매불망 단독을 꿈꾸게 된다〉 중에서
김동률 교수는 단독주택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간결하고 유려한 문체로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단독주택에 판타지를 가지고 있거나 단독주택에서의 삶이 궁금하면 이 책을 꼭 읽어 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