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화장법
적의 화장법'이라는 이 의미심장한 제목은 어쩌면 지겨운 또 한번의 비유를 담고 있는지도 모른다. 책 뒷면의 저자 사진은 작가보다는 배우에 가까왔기에 이 빨간 표지의 강렬한 책은 읽히기도 전에 일종의 '적'처럼 다가올 수 있다. (표지확대를 클릭하면 작가의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백 오십여 페이지의 길지 않은 이 책은 대화로 채워져있다. 공항에서 책을 읽으려는 제롬 앙귀스트에게 어느 순간 알 수 없는 인물 텍스토르 텍셀이 말을 걸어온다. 피하려 하지만 지겹게 달라붙는 그 타자 텍스토르는 결국 그 강렬한 대화를 통해 제롬에게서 원하는 것을 얻는다. 누구의 승리일까.
냉소 가득한 이 대화를 끌어가는 기술이 대단하다. 하지만 그녀의 이 아이러니컬한 냉소는 단지 그녀의 심정적 강렬함을 포장하는 수단일 뿐, 그 안에 담겨진 이 책의 정서라는 것은 책표지만큼이나 뜨겁고 또 빨갛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