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학원 살인사건 - 조금씩 맞물려가는 서로 다른 다섯 개 이야기
- 사건은 바로 당신의 주위에 일어나고 있다!
- 우리 주변에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는 미스터리를 파헤치다!
뉴스에서 흉악범죄 보도가 나올 때마다 우리를 혀를 끌끌 차면서도 그것이 우리 주변 혹은 나 자신에 일어날지 모른다는 생각은 그다지 하지 않는다. 도를 넘는 악의와 비현실적인 잔인함은 좀처럼 가깝게 느껴지지 않는다. 피해자들 역시 한때는 나와 같이 TV로 뉴스를 보며 혀를 차던 사람들이었다는 것은 간과하게 된다. 또한 가해자 역시 우리와 같은 평범한 일상인이었다는 사실 역시.
따라서 사건은 언제든지 내 주변에서, 혹은 내게 벌어질 수 있다! 『노량진 학원 살인사건』은 멀게만 느껴졌던 강력사건을 바로 내 주변으로 끌어당긴다. 노량진 고시생, 일용직 노동자, 학원 강사 등 익숙한 군상들이 모여 이야기는 시작된다. 무심히 스쳐 지나가던 배경은 순식간에 긴장감이 감도는 이야기의 무대가 된다.
작가는 이 단편소설집을 통해 한국적인, 한국만의 평범한 인물을 만들고자 했다. 해외 소설을 보려면 그들의 문화, 역사, 언어를 알아야 하듯이 한국에도 그러한 등장인물과 이야기가 있기를 바란 것이다. 그래서 사건 당사자뿐만 아니라 사건을 해결하는 사람도 평범한 일상인이다. 그들은 번뜩이는 이지와 비상한 추리력이 아닌 하루하루를 살아 내면서 차근차근 쌓아온 굳은살 가득한 경험을 통해 난해한 문제를 풀어 나가며, 사건이 휩쓸고 간 자리에서 다시 생활을 이어 나간다.
또한 작가는 각 단편마다 다른 사회적 주제의식을 담아내어 깊이를 더했다. 첫 번째 「크리스마스 선물」에서는 인본주의와 휴머니즘을, 두 번째 「인천항 살인사건」은 인간의 추악한 본성으로 반복되는 역사에 대해 말한다. 세 번째 「문방구의 천사 - 반지의 비밀」에서는 사랑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소중한 가치는 사랑이라는 것이다. 네 번째 「테이블 데스」에서는 여전히 해결되지도 못하고 해결하지도 못하는 사회문제인 성폭행의 참상을 고발한다. 이와 함께 의료인 면허에 대한 진정성에 대해 고찰한다. 마지막으로 「노량진 학원 살인사건」에서는 교육이란 무엇인가 물음을 던진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학생들이 받고 있는 교육은 대체 무엇을, 그리고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이다.
최근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사이코패스는 선천적이고 원색적인 악의로 이야기의 흥미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우리가 맞닥뜨리는 사건은 소름끼치는 웃음을 짓는 악인이 아닌 이웃해 있는 평범한 일상인들이 얽혀 있는 것들이다. 복잡한 이해관계와 감정선이 선하고 평범했던 사람을 괴물로 만들고 벼랑으로 떠민다. 『노량진 학원 살인사건』은 우리 주변의 군상들을 조명함으로써 현실감이 넘치는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우리 주변 누군가의 이야기일지도 모르는 세계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