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수술
이지성 박사는 아들의 뇌 구조 영상검사를 위해 자기공명영상(MRI)장치를 작동시켰다. 뇌의 위축, 뇌실 확대 등 뇌의 구조적 이상 소견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예상대로 MRI 영상에는 뇌 측두엽의 위축이 뚜렷이 나타났다. 알츠하이머병이었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 질환으로 서서히 발병하여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경과가 특징이었다. 초기에는 주로 최근 일에 대한 기억력에서 문제를 보이다가 점차 언어기능이나 판단력 등 다른 여러 인지기능에서 이상을 일으키고 결국에는 모든 일상생활 기능을 상실하게 되었다. 알츠하이머병은 그 진행 과정에서 인지기능 저하뿐만 아니라 성격 변화, 초조행동, 우울증, 망상, 환각, 공격성 증가, 수면 장애 등의 정신행동 증상이 흔히 동반되며 말기에 이르면 경직, 보행 이상 등의 신경학적 장애 또는 대소변 실금, 감염, 욕창 등 신체적인 합병증까지 나타나는 무서운 병이었다.
이 박사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몇 가지 검사를 더 실시하였다. 우선 구조적 뇌 영상검사보다 더 정확한 기능적 뇌 영상검사인 페트(PET) 검사를 해 보았다. 역시 대뇌의 측두엽 및 두정엽의 대사 기능 저하가 뚜렷이 나타났다. 그 외에도 신경 심리검사, 우울증이나 망상, 환각 등의 동반된 정신 행동증상의 유무 검사, 일상생활 동작 검사, 치매 상태를 초래할 수 있는 여러 신체 질환을 파악하기 위한 빈혈 검사, 간 기능 검사, 신기능검사, 당뇨 검사, 비타민검사, 갑상선 기능 검사, 지질검사 등의 혈액 검사와 실험실 검사 등을 조합해서 실시하였다. 검사결과 아들은 65세 미만에서 나타나는 조발성 알츠하이머병이 확실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