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무도회 - 성인들을 위한 잔혹동화
아니, 동화에 이런 캐릭터, 이런 스토리가 있었다고?
자연히 동화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아니, 이런 캐릭터, 이런 스토리가 있었다고? 이건 기존 스토리와는 완전 다른데? 『죽음의 무도회 : 성인들을 위한 잔혹동화』의 묘미다.
한 예로 『피노키오』에서 피노키오를 둘러싼 상황 설정과 사건 전개가 그렇다. 우리가 알던 캐릭터, 우리가 알던 스토리가 아니다. 생각도 못 했던 반전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책을 통해 성인이 전혀 새로운 느낌으로 동화를 만나 볼 수 있는 까닭이다.
실제로 우리가 익히 알던 동화들은 전래동화로서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오다가 문서화된 것이다. 그렇다 보니 원전이 여러 개일 수도 있다. 이야기가 제각기 다를 수 있다는 것. 시대를 지나며 아이들이 읽을 수 있도록 잔인한 이야기, 성적인 이야기를 걷어내 현재에 이르렀다. 당연히 희망적인 결말로 많이 바뀌었다. 한데 오히려 한국보다 서양의 전래동화는 결말이 비극적인 경우가 많다. 이 책은 서양 전래동화 본래의 그 음산하고 음울한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킨다. 한편으로 원전을 뒤집기도 한다. 독자들은 이 이상야릇한 이야기가 과연 어디로 향할지 긴장과 공포로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다.
기괴함과 잔혹함의 끝, 그러나 현실을 닮은 잔혹동화
『죽음의 무도회 : 성인들을 위한 잔혹동화』는 예전의 전래동화로 돌아간다. 아니, 역으로 잔혹함과 기괴함을 더 극대화하여, 더 디테일하게 덧입혀 낸다. 때로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의외의 발상으로 독자들로 하여금 기존 동화를 아주 낯설게 만들어 버린다. 원전에 실려 있던 살인이나 폭행 등 잔인한 묘사나 퇴폐적이라고 할 수도 있는 성적인 묘사를 더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전래동화를 재해석하고 재구성하는 데 탁월한 재주가 있는 두 명의 전문 잔혹동화 작가 지건과 강농의 상상 속으로 들어가 보라. 이렇게 처참하고 이렇게 의아한데 이상하게 현실을 많이도 닮아 있다. 우리는 세상을 모나고 더럽게 만드는 인간의 추악하고 공포스런 이면을 섬뜩하고 엽기적인 스토리로 만나 볼 뿐이다. 피와 죽음이 난무한다. 긴장과 공포의 연속, 그런데 우리는 그를 통해 현실을 직면한다. 지건과 강농 두 작가는 이처럼 무서운 이야기로 무서운 세상을 까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