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질서의 변화를 읽는 7개의 시선 - 대전환의 시대, 한반도 평화의 길을 묻다
갈등과 위기의 시대를 넘어 평화의 길로 나아가는 7개의 제안
코로나 이후 전 세계는 급변하고 있다. 강대국들이 노골적으로 자국우선주의를 채택하면서 국제사회는 국가와 국가 간의 투쟁 장소가 되어가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를 움직여온 자유주의 정치경제질서는 더 이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세계경제의 성장을 이끌어온 세계화 기조도 퇴조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국경봉쇄로 세계교역의 증가율이 둔화되기 시작했으며,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국제사회는 자유주의 경제질서를 확장해왔으며 WTO는 그 상징이었다. 그러나 최근 다자주의적 세계경제 질서가 무력해지고 미국의 일방주의적 경향이 강화되었다. 세계화와 다자 체제가 제공하는 편익은 한계에 다다랐지만, 국제사회가 새로운 경제질서를 창출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이처럼 변화는 주로 ‘위기’를 배경으로 등장하기에 두려움과 불안감을 동반한다. 그러나 변화는 새로운 기회의 창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변화의 흐름을 내다보고 적극 대응해나간다면 새로운 질서 속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점할 수도 있다. 이 책은 ‘변화하는 세계질서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상황을 인식하고 대처하며, 평화와 통일의 길로 나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고자 하는 기획에서 출발했다. 이 책의 공저자들은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하여 국제 정치경제질서의 흐름을 정리하고 한반도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강대국들 간의 이해관계를 살펴보는 한편,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어떤 전략을 준비해야 할지 고심한다.
외교안보와 경제통상을 포함해 한국의 대외전략이 전통적인 틀에 머물던 시대는 지나갔다. 지금은 한국이 강대국 사이에 낀 국가에 머무르지 않고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고 국제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전환적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이 스스로를 종속변수로 놓았던 한 시대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전환의 시대를 여는 데 있어, 세계질서의 변화를 읽는 7개의 시선을 담아낸 이 책이 작은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
비핵에서 평화가 아닌 평화에서 비핵으로, 비핵화는 평화체제의 수단일 뿐
문재인 정부는 지역 전략으로서 플랫폼 전략을 구상하고 본격적으로 추진하였다. 한반도라는 지정학적 조건에서 출발, 해양과 대륙을 잇는 교량국가로서 역할을 찾고, 하드/소프트/스마트파워를 갖추는 전략을 통하여 동북아 플러스 책임공동체를 구현한다는 야심찬 비전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신남방정책, 신북방정책 그리고 한반도 신경제구상을 통해 한반도에 하나의 시장 구축이라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플랫폼 전략의 성공을 위해 가장 관건이 되는 북핵 문제는 평화/비핵 프로세스의 중추로 북미 간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이를 풀기 위한 한국의 해법이 없는 한 절대 해소되지 않을 문제이다. 북핵 문제의 역사와 배경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한국의 역할을 찾아 수립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싱가포르 회담, 하노이 회담 그리고 판문점 회동 과정에서 그 전형을 보여주었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고 평화국가로 가는 길을 고민하는 부분에서 빛난다. 특히 비핵화를 절대적 가치를 가진 목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평화체제의 수단일 뿐이라는 지적은 새겨들을 만하다. 한반도 평화 논의가 계속 헛돌고 꼬이는 것은 어쩌면 이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비핵화는 어디까지나 평화체제의 수단일 뿐이다. 비핵 → 평화가 아니라 평화 → 비핵이라는 순서를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