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파도
“그렇기 때문에 사는 게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는 것, 그것이 바로 인생이다.”
2013년 <뉴욕 타임스> ‘최고의 논픽션’
2013년 아마존 선정‘올해의 책’후보
살아가면서 무언가를 한 번도 잃은 적 없는 사람이 있을까? 어린 시절, 서랍 깊숙이 숨겨 두고 아껴 쓰던 에메랄드색 크레파스부터 애지중지 기르던 강아지까지 우리는 무수한 것을 잃고 포기하며 살아간다. ‘이젠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다.’로 압축되는 상실에 대한 고통은 크든 작든 마음 깊숙이 쓴 상처를 남긴다. 하물며 가족을 잃는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나를 지탱하고 있던 모든 중심이 와르르 무너지는 일만큼 절망적인 심정. 이 책 《천 개의 파도》는 저자인 소날리 데라냐갈라가 지진해일로 가족을 잃은 잔혹한 고통에서 다시 살아갈 희망을 얻기 되기까지의 길고 긴 여정이 세밀하게 드러나 있다.
상실과 슬픔에 대한 수많은 책 중에서《천 개의 파도》가 빛나는 이유는 고통을 억지 포장하지 않고 솔직하고 담담하게 드러냈다는 데 있다. 이 같은 데라냐갈라의 용기 있는 고백에 전 세계 언론 역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지난 3월 미국 출간 당시 아마존 ‘이달의 책’에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으며 2013년 아마존 ‘올해의 책’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인생은 ‘그렇기 때문에 사는 게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것이다’라는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데라냐갈라는 가족을 잃은 순간부터 현재까지 7년여의 시간을 꿋꿋하고 아름답게 표현해냈다. 아무리 거친 파도도 백사장에 작은 조개껍질을 남기는 것처럼 그녀가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했던 삶의 궤적은 그녀의 인생 안에서 더욱 빛날 것이다.
“어떤 시련과 역경 속에서도
삶의 가장 소중한 것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세상 가장 깊은 절망과 슬픔을 순례하고 돌아온,
한 인간의 치유와 회복, 그리고 희망에 관한 아름다운 기록
2004년 12월 26일. 달콤한 크리스마스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 9미터가 넘는 거대한 잿빛 파도는 데라냐갈라의 행복을 통째로 삼켜 버렸다. 거칠고 사납던 그 파도는 남편, 두 아들, 그리고 부모님까지 한순간에 쓸어가 버렸다. 덩그러니 이 세상에 혼자 남겨진 그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엄청난 현실에 내동댕이쳐진 그녀가 택할 수 있는 길은 단 하나 뿐이었다. 살아남은 자신을 향해 끊임없이 형벌을 가하는 것.
버터나이프로 허벅지를 찌르고 담뱃불로 제 몸을 짓이기며 그녀는 기도했다. ‘제발, 하루 빨리 그들 곁에 데려가 주세요.’ 가족들이 죽었다는 고통을 채 받아들이기도 전에 일상의 순간마다 마주치는 그들의 흔적은 그녀를 더욱 깊고 컴컴한 고통에 물들게 했다. 그렇게 처참하고 무시무시하기까지 한 날들이 흐른 뒤, 그녀는 비로소 희망 한 가닥을 움켜쥐게 된다. 그것은 그들이 결코 사라진 게 아니라는 깨달음이었다.
파도가 그들을 데려간 지 4년이 흐르고 그녀는 비로소 자신이 살던 집을 찾아간다. 그곳에는 파도에 쓸려가기 전 평온하고 행복했던 삶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었다. 남편이 카레를 만들던 냄비에 붙어 있던 양파껍질, 방금 벗어놓은 것처럼 마른 흙이 묻은 아이들의 신발. 집안 곳곳에서 들릴 것만 같은 웃음소리들….
그녀는 지나버린 행복의 조각들을 꿰어 맞추며 자신 앞에 놓인 현실을 서서히 받아들인다.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절망과 슬픔을 돌아, 비로소 치유에 다다른 자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그리고 그녀가 보여 주는 희망에 관한 아름다운 기록은 지치고 힘든 우리들의 마음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희망의 증거로 남을 것이다.
“이 시대 모든 사람이 읽어야 할
가장 강렬하고 매력적인 슬픔을 지닌 책”
전 세계 언론과 당대 최고 작가들의 격찬!
《잉글리시 페이션트》 《와일드》를 잇는 최고의 논픽션!
《천 개의 파도》에서 데라냐갈라는 자신의 소중한 것을 끔찍하게 앗아가 버린 지진해일의 후유증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자신의 슬픈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과 함께했던 순간을 끊임없이 재생하면서 우리를 자신의 삶 속으로 초대한다. 우리가 이 책이 주는 강렬한 매력에 압도당하는 이유이다.
우리는 그녀의 눈을 통해 네 가족이 완벽한 행동을 누리던 때로 돌아간다. 남편 스티브가 불러주는 노랫소리를 함께 듣고 두 개구쟁이 꼬마 녀석이 뛰어놀던 잔디밭의 푸른 냄새를 함께 맡는다. 그녀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우리는 지독한 슬픔 속에서도 그녀에게 한 줄기 응원을 보낸다.
“그래, 이제 더 이상 그들과 함께할 수 없지만 당신의 인생을 멈추지 마! 그들은 언제나 우리 곁에 살아 있으니까.”
그녀는 아마 영원히 아파할지도 모른다. 세월이 흐를수록 그들의 부재가 더 큰 상처로 다가올지 모른다. 하지만 이것 또한 깨달았을 것이다.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아름답고 감사한 일인지. 그리고 자신이 남긴 이 아름다운 기록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