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밤엔 리허설이 없다
학창시절엔 공부 밖에 몰랐다. 대학생땐 콧대가 너무 높았다. 기자가 되고 나선 일만 하고 살았다. 고로, 남자가 없다. 사실 이 끔찍한 현실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적도 없다. 뒤에는 늘 남자들이 줄 서고 있을 줄 알았으니까! 마음만 먹으면 그깟 연애, 아무것도 아니었다. 성적 매력의 피크는 아직 오지 않았고, 화려한 사생활은 잠깐 뒤로 보류시켜 놓았을 뿐이라고, 믿는다. 아직 어리니까. 바쁘니까. 귀찮으니까. 영원히 20대 초반일 줄 알았으니까.
그러다 결정적 그날을 맞는다. 대학교 동창 수정의 장례식에 간 것이다. 별로 친하지도 않던 친구가 죽은 게 충격이냐? 그건 아니고. 친구가 값비싼 외제차 안에서 화끈한 카섹스 중에 죽음을 맞았다는 사실이 놀랍다. 어머어머, 말도 안 돼, 친구들과 뒷담화하다 문득 깨달은 한 가지. 난, 경험이 없을 뿐이고! 아니, 나만 무경험자일 뿐이고! 짜식들, 나만 빼고 다들 섹스 열심히 해왔구나. 난, 뭘 했을까. 뭘 하긴. 아침에는 부장 잔소리 듣고 낮에는 취재하고 밤에는 기사 쓰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지. 그래서 남은 건? 뭐긴. 29년 묵은 노처녀가 됐지. 그래도 나는 남들이 한 번씩은 ‘어머 멋있다’고 해 주는 연예부 기자. 그리고 한때는 한 인기했던 퀸카. 까짓꺼, 처녀막 제거 프로젝트 시작한다, 이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