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 뒷모습
인도의 시성 타고르는 노래하였다.
“아득한 나라 바닷가에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가없는 하늘 그림같이 고요한데 물결은 쉬지 않고 넘실거립니다.
아득한 나라 바닷가에 소리치며 뛰놀며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모래성을 쌓는 아이, 조가비를 줍는 아이
마른 나뭇잎으로 배를 접어 웃으면서 바다로 띄워 보내는 아이
모두들 바닷가에서 재미있게 놉니다.”
타고르의 시처럼 우리들의 인생이란 아득한 바닷가에서 모여 뛰노는 아이들의 놀이와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들의 삶이란 한갓 모래성을 쌓는 놀이일지도 모르며, 욕망이란 마른 나뭇잎으로 배를 접어 넓은 바다로 띄워 보내는 소꿉놀이인지도 모른다.
‘가족’을 400회 연재하는 35년여 동안 내 곁에 가족으로 함께 머물러 있어 주었던 아내와 다혜, 도단이. 우리 집의 바닷가로 소리치며 달려온 사위 민석이와 며느리 세실이. 조가비를 줍고 있는 손녀 정원이와 윤정이. 재미있게 함께 놀다 배를 타고 가없는 수평선 너머로 떠나가 버린 내 엄마와 큰누이, 그리고 작은누이. 이 모든 사람들은 바닷가에서 함께 뛰놀던 천둥벌거숭이들인 것이다.
그러나 이 벌거숭이들은 부모가 태어나기 전 창세기 때부터 하느님이 직접 진흙으로 빚어 만들고 입김을 불어넣은 인간들이며, 하늘과 땅이 갈라지기 전 낙원의 동산에서 벌거벗고 있으면서도 부끄러운 줄 몰랐던 지아비와 지어미들인 것이니. 이 신성한 가족이여, 신비한 인생이여.
나는 불 켜진 등불 위에, 불 꺼진 등불 위에 모인 내 집 가족 위에 너의 이름을 쓴다. 들판 위에, 수평선 위에, 가없는 바닷가와 모래성 위에, 하느님을 향한 제단 위에 너의 이름을 쓴다. 둘로 쪼갠 과일 위에, 텅 빈 조개껍질, 마른 나뭇잎으로 접은 종이배 위에 너의 이름을 쓴다.
오오, ‘가족’이여, 사랑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