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 우리가 사랑을 했을까
나의 성 정체성을 아웃팅하고 배신했던 첫사랑을 다시 만났다.
그것도 상견례 자리에서…….
[본문에서]
오늘 상견례 장소는 고택을 개조한 한정식집이었다. 장소 분위기만 봐도 오늘 어떤 분위기일지 상상이 된다. 세하는 화장실에 먼저 들러 옷매무새부터 다듬었다. 거울을 보며 입술을 다시 바른다. 물을 틀고 손을 씻으려는데, 거울 너머로 화장실에 들어오는 누군가가 보였다. 무의식적으로 화장실에 들어오는 여자를 보았다가, 시선을 다시 떨어뜨렸다.
쏴아아, 세면대로 떨어지는 물소리가 경쾌하다. 손을 씻던 세하가 순간 방금 보았던 여자의 얼굴을 다시 떠올렸다.
“…….”
고개를 다시 들었다. 물은 여전히 세면대 위로 떨어지고 있었고 잠시 눈이 마주쳤던 여자는 거울로 세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는 사람이었다. 우연히 마주치기를 바라면서도 바라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마음을 수없이 난도질해서 견딜 수 없게 만들었던 사람.
“… 서은하.”
고등학교를 자퇴하게 만들었던 사람,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게 만들었던 사람, 집에서 한 걸음도 나오지 못하게 했던 사람, 그 누구보다 미친 듯이 사랑했던 사람.
그리고…….
서은하는 세하의 성 정체성을 아웃팅을 했던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