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마일즈
11편의 아담한 글이 담긴 선물보따리.
카페, 마일즈
34살, 총점 43점 D등급 남자의 그렇고 그런 이야기.
이병기는 평균 이하다. 적어도 결혼정보회사의 평가에 따르면 그는 D등급, 다른 말로 대한민국 최저이다. 일하던 직장이 문을 닫아 거리로 내몰린 그는 카페의 종업원으로, 결혼정보회사의 연기자로 살아간다. 누구도 돌아보지 않을 흔하디 흔한 인생이다.
평소 째즈를 좋아하던 그가 카페 마일즈에서 일하게 된 것은 어쩌면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카페 마일즈의 생활을 유지하면서 결혼정보회사의 여성회원들을 만나 존재하지 않는 인간의 탈을 썼다. 많은 여자들이 그와 만나며 이야기를 나누고 그를 떠나갔다.
대한민국에서 평균 이하의 부류에 속하는 사람이 꿈꿀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이 작품은 마일즈의 삶을 주고 받는 두 남녀를 통해 진지하게 그 해답을 찾으려 노력한다. 약물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다시 약물에 의지하는 마일즈의 모습은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는 병기나, 약에 찌들어 살아가는 사장, 병기와의 만남을 이어가는 지은은 객관적으로 실패한 인생처럼 보일지 모른다.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나름의 노력을 기울여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발버둥 친다.
이 작품은 째즈처럼 하나의 악보이지만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한 가지 이상의 가면을 쓰고 인생을 살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카페 마일즈’는 소설집 [카페 마일즈]의 첫 장을 장식하는 작품이다. 작가가 바라보는 시대상과 의식이 가장 잘 드러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 한 명 한 명에게 째즈와 같이 나름의 해석으로 이해될 수 있는 작품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