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서른을 건너는 외롭고도 사랑스러운 단상들
시인 이용임의 첫 번째 감성 에세이『당신을 기억하는 슬픈 버릇이 있다』. 200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서 ‘상투성을 훌쩍 벗어난 독특함으로 미정형이긴 하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내장하고 있다’는 호평을 받으며 등단한 이용임 시인의 첫 산문집이다. 오랫동안 IT 관련 직장인으로 근무하고 있는, 시인으로서는 독특한 이력에서 나오는 삶에 대한 성찰과 시인 특유의 감수성이 묻어나는 글들을 모았다. 시인 특유의 세심하고 여린 감수성은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며, 직장인의 애환을 풀어놓아 공감을 더했다. 익숙하다가도 문득문득 낯설어지는 세상을 시인만의 언어로 풀어나간다.
저자소개
저자 : 이용임
저자 이용임은 바다의 도시에서 태어나 목련과 라일락이 아름다운 정원에서 자라다. 바람만 마시면 기침을 하고 열이 오르는 허약 체질이라 자연스럽게 집 안에 갇혀서 책만 보는 지루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사람보다 활자가 반가운 비뚤어진 태도는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팔다리는 우람하지만 쓸데없이 눈만 큰 탓인지 꽃잎만 떨어져도 눈물을 뚝뚝 흘리는, 지나치게 감성적인 사춘기를 이십대 후반까지 겪느라 마음이 바빠서 일찍 늙었다. 딸이 노처녀로 살게 되리라는 걸 직감하시고 혼자 버틸 수 있는 경제력을 강조하신 어머님 덕분에 공학을 전공했다. IT 강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이런저런 회사를 전전하며 밥벌이는 곧잘 했지만, 사는 게 이렇게 여름 폭우 속을 우산 없이 걷는 기분이란 것이 믿어지지 않아서 시를 쓰기 시작했다. 폭풍 야근의 후유증 속에 심야 버스를 타고 지나온 밤의 풍경을 기록하며 한 줄의 텍스트에 몰입하느라 사랑 몇 번이 지나가는지도 모르고 서른을 넘겼다. (도대체 언제?) 일하느라 허리가 부러져 몇 달을 누워 지내기도 하고, 살인적으로 오르는 밥값이 아까워 새벽에 일어나 도시락을 싸면서 젖은 머리카락 말리다 보니 어느새 십 년 차 직장인. 사무실에 가면 여자론 최고참으로, 고향집에 가면 철딱서니 없는 딸로, 친구들 사이에선 게으르고 대책 없는 골칫덩어리로 꿋꿋하게 삼십대의 어느 날을 막 지나가고 있다. 밤마다 빈방의 사방 벽에 대고 “눈물을 흘릴 수 있는 날들이 차라리 반갑다”라고 안구 건조증을 하소연하느라 여전히 마음이 바쁘고 일찍 늙는다. 사수자리. O형. 진격의 주름, 주름, 주름.
* 시집 《안개주의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