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술(Hommage to Route 7)
무지막지한 시대를 살아가는 초라한 인간들의 이야기!
김정남의 장편소설 『여행의 기술』. 자폐아 아들과 함께 생의 마지막 여행길에 오른 한 남자의 고단한 삶을 그린 작품이다. 보통의 소설이 금기로 삼는 우연과 극단적 설정을 전면화해 사회나 현실보다 주인공 승호에게 주목하도록 만들며 다른 차원의 문제의식을 던지고 있다. 여행이란 형식을 빌려 자신의 삶을 마감하는 비극적 방식을 보여주는 승호의 이야기를 통해 삶을 영위하기 위한 기술이란 무엇이며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살고 있는가를 생각해보게 된다.
아들 겸이를 데리고 7번 국도를 따라가는 여행길에 오른 승호는 다시 찾은 속초에서 지난 과거를 떠올린다. 전쟁이 일어난 후 삼팔선을 넘어 속초에 정착해 승호와 누나를 낳은 아버지는 내연녀의 남편의 칼에 맞아 죽고, 속초를 떠나 강릉에서 포목점을 차린 엄마는 중앙시장에 큰불이 나며 세상을 떠난다. 한편 유아기의 열성경련으로 간질을 앓고 있으며 지능이 모자라는 자폐아 아들 겸이를 두고 아내가 집을 나가는 바람에 혼자 직장을 다니며 겸이를 돌보던 승호는 해임을 당하고 막막한 현실 앞에서 스스로를 버릴 일 하나만으로 여행을 떠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