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한다는 것
과학의 인간성과 예술성을 회복하기 위한 성찰
과학 없는 예술은 우스꽝스러운 것에 머무를 위험성이 많듯이, 예술 없는 과학은 비인간적일 위험이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예술적 감성이 없는 과학은 인간을 소외시키며 우리는 그런 과학을 신뢰할 수 없다. 우리가 과학을 신뢰하게 되는 것은 과학도 예술 작품과 마찬가지로 감성을 가진 인간이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다. 그런데 이런 감성은 과학적 업적에 대해 상세한 설명, 예컨대 새로운 금속이 활용되는 방법이나 유전 메커니즘에서 DNA 조각들이 하는 구실에 대한 설명이 제시되는 순간 사라져 버린다.
만약 과학이 지금처럼 개별 현상들에 대한 세부적인 설명에만 집착해 대중이 이해할 수 없는 기괴한 형태를 띤다면, 과학은 결코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을 것이다. 결국 대중의 과학 이해는 과학적 작업들이 서로 통일성을 이루면서 인간적 감성이 살아 있는 인류의 관심사와 관계를 맺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대중이 과학적 작업에 대해 상상할 수 있거나 그 연구에 대해 실감하기를 바란다면 예술적 요소를 가미해야만 한다. 이 책은 바로 이런 목표를 가지고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이 책에는 시인, 소설가, 철학자, 화가 등 과학자가 아닌 사람들의 이름이 많이 등장한다. 저자가 헤라클레이토스Heracleitos, 소크라테스Socrates, 플라톤Platon,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칸트Immanuel Kant, 괴테, 노발리스Novalis, 포Edgar Allan Poe,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 고흐Vincent van Gogh, 쇠라George Seurat, 만Thomas Mann, 릴케Rainer Maria Rilke,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 노터봄Cees Nooteboom 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벅찰 만큼 많은 예술가들을 시공을 넘나들며 인용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예술가들이 보여 준 세상에 대한 통찰이 과학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