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고 끈질기게 살아남은 잡초들의 전략
바꿀 수 없다면 적응하라
이나가키 히데히로는 일본의 대표적인 식물학자다. 그가 식물 연구에 들인 노력과 시간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잡초를 신비한 식물이라고 평한다. 잡초는 자연 그대로의 환경에서는 물론이거니와 길가나 공원, 논밭 등 우리 인간이 만들어낸 어떤 환경에서도 살아남는다. 생명체가 소멸하지 않고 살아남는다는 건 당연한 현상이 아니다. 이나가키 히데히로는 그런 잡초들의 생명력에 주목했다. 그리고 잡초들이 사는 환경에는 공통점이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바로 ‘예측할 수 없는 변화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잡초가 사는 장소는 언제 밟힐지 알 수 없고, 또 언제 뽑혀 나갈지도 모르는 곳이다. 어느 날 갑자기 제초제가 뿌려질 수도 있고, 기계에 의해 잘려 나갈 수도 있다. 인간의 입장이라면 이런 안전하지 않고 예측할 수 없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잡초는 그런 혹독한 환경을 오히려 즐긴다. 아니, 오히려 한 술 더 떠서 그런 환경을 적절히 이용하면서 화려하게 살아남는다. ‘예측할 수 없는 변화’는 잡초의 입장에서 황금 같은 기회였다.
현대사회는 사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시대’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예측할 수 없는 변화의 시대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는 현실은 누구에게나 불안감을 안겨준다. 그리고 사람들은 변화를 불안해한다. 하지만 잡초는 오히려 그런 예측할 수 없는 변화를 기회로 바꾸어 성공하고 있다.
우리가 배워야 할 중요한 생존 비법
잡초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식물이라는 느낌이 들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사실 잡초들은 각각의 전략에 적합한 자신 있는 장소에서 살아간다. 예를 들어 발길에 자주 밟히는 장소에는 밟히는 데 자신 있는 잡초가 산다. 그리고 밟히는 과정을 통해 번식의 목적을 이룬다. 또 풀베기를 당하는 장소 에서는 풀베기에 자신 있는 잡초가 자란다. 풀베기를 당하면서 자신의 씨앗을 퍼트린다는 목적을 이룬다. 그리고 위로 뻗을 수 없다면 누워 뻗으며 자란다. 혼자 할 수 없을 때는 조력자를 현명하게 이용하는 방법까지 있다. 즉, 잡초는 그 수만큼 다양한 전략을 펼치며 존재한다.
이나가키 히데히로는 책에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잡초들의 치열한 생존 전략을 나열하고 있다. 그리고 그 전략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중요한 생존 비법까지 하나씩 풀어낸다. 책을 덮을 때쯤에는 잡초가 정말 쓸모없는 풀이 맞는가 되묻게 된다. 아니, 오히려 잡초처럼 현명한 전략을 짤 수 있는 전략가가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책을 읽고 나면 틀림없이 주변에 자라난 잡초를 바라보는 눈이 바뀔 것이다. 그리고 막연하게 불안감을 느끼던 예측할 수 없는 미래가 ‘성공을 보장하는 미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수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예측할 수 없는 변화는 꽉 움켜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