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논쟁이다 - 과학vs과학철학, 8개의 대논쟁
과학철학은 과연 인간의 영역을 넘으려는
과학의 고삐를 늦출 수 있는가?
과학철학은 과학이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철학적으로 밝히는 분야이다. 특히 최근 과학의 발전이 그 어느 때보다 인간 영역의 대부분에 큰 영향을 끼치는 만큼 철학적 잣대로 과학을 성찰하는 일은 꼭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먼저 과학철학은 과학자에게 색다른 관점에서 과학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내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특정 개념은 어떤 이유로 이렇게 쓰이고 있는가?’, ‘내 실험으로 새롭게 밝힌 것에 과장은 없는가?’, ‘유행을 좇는 과학 연구가 혹시 근본적인 것을 간과하고 있지는 않은가?’처럼 과학을 낯설게 볼 수 있도록 해준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과학철학이 현대 과학에 대한 성찰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전문가 집단 내에서는 그 전문 분야에 대해서 객관적이거나 비판적인 시각을 갖기 힘들다. 생명공학자들은 생명공학의 잠재적 위험보다는 그 혜택을 더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원자력의 위험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을 ‘괴담’으로 취급한다. 이런 점 때문에 과학철학과 과학이 평행선을 달린다고 오해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과학의 권위와 힘이 커질수록 역설적으로 과학철학의 역할은 더욱 요청된다.
과연 과학자와 과학철학자의 생각은 어떻게 같고 다른지, 초월하려는 ‘과학’을 향해 반성하는 ‘철학’이 어떻게 문제 제기를 하는지 이 책을 통해 확인해보자.
“물리법칙은 자연에 존재하는가?”
“양자이론은 세계를 완벽하게 기술하는가?”
현대과학의 첨예한 쟁점을 두고 펼쳐지는
한국 최고 지성 간의 논리 대결!
《과학은 논쟁이다》의 저자들은 모두 한국 대중과학의 저변을 확장시킨 주인공들이다. 연구자이면서 동시에 과학도서의 저자로서 열정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는 이들이 모여, 대중강연의 형태로 과학 vs 과학철학 논쟁을 벌인 것은 열악한 한국 대중과학계의 현실에서는 볼 수 없던 주목할 만한 일이었다. 토론 기간 동안, 어느 누구도 자신의 주장만을 밀어붙이거나 상대방의 논박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서로 밀리지 않는 논리 대결을 펼쳤다. 모두가 전공을 대표하는 과학자로서, 과학철학자로서 자신의 내공을 숨김없이 펼쳐보였다.
책에서 과학철학자들은 우리가 의심하지 않았던 명제들을 처음부터 뒤집어 생각한다. 홍성욱 교수(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는 물리법칙이 과연 자연에 존재하는 것인지?, 인간은 만든 것은 아닌지 따져보고 과학에서 본다는 것 또한 해석에 가까운 행위임에도 본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그렇다고 모든 과학철학자가 과학을 반성하는 자세로만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장대익 교수(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는 송기원 교수(연세대학교 생화학)와의 논쟁에서 생물학을 활용해 인간의 능력을 발휘하는 데 적극 찬성한다. 오히려 과학자인 송기원 교수가 유전자 조작 등 과학의 발전이 가져올 수 있는 문제적 상황을 우려하며 인간의 가치를 구현하는 데 관심을 뒀다.
언어를 다루는 과학철학자들에 비해 과학자들의 논리가 약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 이해하기 힘든 양자역학에 대해서 김상욱 교수(부산대학교 물리교육과)는 수식 하나 없이 효과적으로 설명하면서, 양자역학이 세계를 기술하는 중요한 이론임을 설득한다.
과학자와 과학철학자의 논쟁은 총 8라운드에 걸쳐, 때로는 훌륭히 서로의 주장을 논박하기도 하고, 때로는 동감하면서 진행된다. 토론회 현장에서 진행된 질문에 대한 답도 책에 충실하게 실렸다. 청중의 날카로운 질문에 토론자 간의 생각의 차이가 더 확연하게 드러난다. 어떤 대목에서 격렬하게 맞붙는지 살펴본다면 더 흥미로운 독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