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대신 집에 체크인합니다 - 여행의 설렘과 행복을 가장 익숙한 공간에서 만나다
여행하되, 목적지를 내 집과 일상으로 바꾼다
영미권에서는 이미 익숙한 개념으로 자리 잡은 스테이케이션(staycation)은 휴가를 집에서 보내며 동네와 근교를 여유롭게 들여다보는 휴가 형태다. 집을 포함한 일상 공간은 목적지가 되고, 내 물건과 책장, 사진첩은 관광지, 미술관, 기념품점이 된다. 내게 가장 익숙한 집과 동네에서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에 새롭게 인사를 건네고, 매일 낯선 만남을 시작하는 근사한 방법을 제안한다.
스테이케이션은 그저 가만히 있는 것과는 다르다
집에 머문다는 것은 지구 온난화, 환경 파괴, 성장 논리에 의식적으로 저항하는 행위라는 점뿐만 아니라, 더 풍요로운 자신을 발견하게 해 주고 불필요한 자원 낭비와 스트레스에서 해방되는 행위다. 무엇보다도 집에 머무는 것은 또 하나의 여행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몸이 아닌 마음을 움직이는 여행은 너무나 익숙했던 공간, 사람, 주변 풍경 속에서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을 새롭게 발견하는 재미를 선사한다. 방 안 깊숙이 보관한 사진첩, 계단을 오르내릴 때 마주치는 이웃, 매일 지나다니는 길에 숨은 이야기를 사회, 문화, 역사, 인문, 환경 등 다양한 관점에서 들여다본다.
14일 일정으로 집에 체크인합니다
몸은 익숙한 공간에 있다 해도 마음은 매일 다른 하루를 경험한다. 하루는 평소 허기를 급하게 채우기 바빴던 평일의 점심 식사를 여유롭게 즐기고, 다음 날은 완벽한 ‘오프라인’ 상태를 경험해 본다. 또 어느 날은 평소에 가 보고 싶었던 호텔에 묵으며 낯선 공간에서 일상의 시간을 채운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지난날의 사진, 소중히 간직한 편지와 소품을 꺼내 엉켜 있던 시간과 기억을 정돈한다. 혹시라도 한때 내가 가졌던 꿈과 감정을 고스란히 마주하는 순간이 온다면 이번 여행은 성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