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 시집
체 게바라는 자신의 이상과 신념을 위해서라면 언제나 목숨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었고, 또 그대로 실천한 혁명가의 전형이다. 고난의 행군과 총알이 빗발치는 전투 중에도 틈만 나면 책을 읽고 시와 일기를 썼다.
핏자국으로 얼룩진 그의 수많은 일기와 시와 편지와 기록들을 읽어보면 그는 이미 자기 생애의 모든 의미를 완성하고 예증한 것처럼 보인다. 죽음을 무릅쓰고 그토록 바라던 혁명이 왔지만, 그는 달콤한 열매를 외면한 채 총을 메고 또 다른 새로운 땅으로 씨앗을 뿌리러 떠나버렸다. 그리고 그는 거기서 외로운 별처럼 죽었다.
체 게바라가 늘 쓰고 다녔던 검은 베레모의 별은 마치 순수한 영혼으로 빛나는 그의 눈동자처럼 보인다. 그는 목숨을 걸고 싸웠으나 결코 그 목숨의 대가를 바라지 않았다. 그는 적들을 향해 총을 쏘았으나 결코 그 적들의 영혼에는 쏘지 않았다.
그는 혁명가요, 시인이요, 노동자이자 농민이었 다. 그리고 그는 진정한 인간이었다. 사르트르의 말처럼‘100년에 하나 나올까말까 하는 20세기의 가장 완전한 인간’이었다.
이 시집을 엮으며 거듭 느끼는 것은 그가 비록 완전한 형태의 시집을 묶은 적은 없다 하더라도, 그의 저서 군데군데 섬세하게 빛나는 간결한 구절 들은 그 자체가 이미 뛰어난 시나 다름이 없다는 점이었다. 오래 전부터 내 손으로 꼭 체 게바라의 글들을 시집 형태로 한번 엮어보리라는 꿈이 이제야 비로소 이뤄진다고 생각하니, 체 게바라의 마니아인 나로서는 내 창작 시집을 한 권 내는 것 이상으로 의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