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콘서트 - 통으로 읽는 세계 7대 신화
“신화는 인문학의 고향이며 모든 종교의 출발점이자 역사 이전의 역사다!”
: 왜 신화를 알아야 하는가?
짐승의 면모를 벗은 초기 인류의 삶은 참으로 고달팠다. 굶지 않기 위해 짐승을 쫓아다녀야 했고, 과실을 얻기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했다. 혹독한 추위에 맞서야 했고, 때때로 몰아치는 비바람에 꼼짝 못했으며, 지축을 뒤흔드는 천둥과 사정없이 내리꽂히는 번개에 몸을 떨어야 했다. 원시의 자연은 삶의 터전이자 동시에 생존을 위협하는 공간이었다. 경외와 두려움이 교차했다. 서구 신화의 서두에 등장하는 괴물 형태의 거인 신들은 자연을 바라보는 고대인의 시각이 반영된 존재들이다. 동굴 속에 웅크린 채 두려움에 떨면서, 지친 몸을 누이고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면서 인간은 세상이 왜 이렇게 생겨먹었는지, 나는 도대체 어디에서 왔는지를 생각했다. 이러한 의문들이 하나둘 이야기로 쌓였다. 삶이 점점 복잡해짐에 따라 인간의 본성과 세상살이의 속성에 대한 탐구와 지적 도전이 보태지면서 이야기는 점점 정교하게 다듬어졌다. 이것이 바로 신화다.
신화는 지적 존재로 거듭난 인류가 만든 최초의 유산이다. 모든 종교와 학문, 예술이 신화로부터 비롯되었다. 신화를 ‘인류 문명의 원형’이라고 일컫는 이유다. 신화는 지적 활동의 원형질로서 생식과 분화를 거듭하며 종교가 되고 학문이 되고 예술이 되었다. 현대인들이 누리고 있는 ‘문화’라는 이름의 거대한 콘텐츠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어김없이 신화와 맞닥뜨리게 된다. 수십만 년 전 태동한 이야기들이 아득한 시공간을 건너 아직까지도 유효한 이유는 신화 속에 인류의 보편적 질문과 욕구와 감정이 고스란히 저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과학 문명을 자랑하는 현대에 이르러서도 우리는 여전히 이 지식 창고에서 상상력을 빌려 쓰고 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신화의 영향력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 우리의 일상 속에 숨겨진 신화
신화를 구성하는 갖가지 사건들은 인간의 본성과 욕구를 드러낸다. 신화의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애증과 배반, 분노, 저주, 용서, 화해는 현대인의 시각에서 보면 비도덕적이고 허점투성이의 막돼먹은 이야기로 여겨진다. 하지만 여기에 신화의 매력이 있다. 신화는 소설을 쓰듯이 논리적인 플롯을 따라간 것이 아니라, 인간의 솔직하고도 원시적인 감정과 감각이 잉태하고 써내려간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로 유명한 조지 루카스 감독은 신화를 일컬어 ‘고고학적 심리학’이라고 말했다. 근대에 태동한 정신분석학과 심리학의 수많은 용어들이 신화에서 비롯된 것도 우연이 아니다.
오늘날 대중적으로 유통되는 인문학과 예술의 지식들이 신화를 알아야만 보다 선명해지는 이유 역시 신화가 ‘인간’을 다루기 때문이다. 신화는 태곳적의 초월적 존재를 통해 인간의 정신과 내면을 드러낸 장대한 이야기이자, 역사로 기록되기 전에 일어난 사건들을 기록한 세계사의 ‘외전’이다. 오늘날까지 신화가 효력을 발휘하고 현대인의 일상에 침투할 수 있는 이유는 문명에 의해 가공되기 이전 ‘날것’ 그대로의 지식과 경험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세계 7대 신화를 가장 쉽고 폭넓게 다룬 단 한 권의 책!”
: 『신화 콘서트』의 장점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은 신화가 만만한 영역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 하나를 독파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하물며 세계의 여러 신화를 두루 섭렵하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 이유는 신화의 서사가 대단히 방대하기 때문이다. 시시때때로 새롭게 나타나는 등장인물과 지명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그리고 과연 이 케케묵은 이야기를 아는 것이 나에게 어떤 이로움을 줄지도 의문스럽다. 괜한 시간낭비로 여겨지는 것이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고전인 신화는 ‘누구나 알면서도 아무도 모르는’ 영역이 되었다.
그래서 『신화 콘서트』는 먼저 방대함을 걷어냈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7대 신화의 맥락을 파악할 수 있는 핵심적인 이야기만 다루었다. 신화학자가 될 것이 아니라면 딱 이 정도만 알아두면 될 내용들만 간추렸다는 뜻이다. 그리고 각 신화들 사이에 놓여 있는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각 지역과 문명권마다 세상과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른데, 신화에도 이러한 색채가 드러난다. 이 책은 신화 속에 드러나는 각 민족과 인종의 세계관에 주목하여 이야기를 풀어간다. 『신화 콘서트』가 특히 노력을 기울인 부분은 지금 우리의 삶과 신화 사이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신화가 우리의 일상에 어떻게 뿌리 내리고 있는지, 신화에서 어떤 지식과 지혜를 얻을 것인지, 학문과 예술 속에 신화가 어떤 모습으로 투영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을 통해 독자 여러분은 죽은 지식이 아니라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지식으로서의 신화를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