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의 역전
메디치포럼, 〈힘의 역전〉을 둘러싼 8가지 질문
2019년 12월 12일 서울역사박물관 아주개홀에서 열린 제1회 메디치포럼은 〈힘의 역전〉을 주저로 하였다. 2020년, 이제 2000년대의 세 번째 10년(디케이드decade)이 시작을 맞은 대한민국은 모든 분야에서 무엇인가 들끓는 느낌이다. 늘 역동적인 한국 사회였지만, 최근의 역동은 무엇인가 달라지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각 분야에서 힘의 역전이 일어나고 있거나, 그 징후가 보인다.
인문 사회 분야의 출판을 통해 꾸준히 현실과 미래를 고민해온 메디치미디어는 이런 현실에 직면하여, 대화와 토론을 복원해 공론장을 만들고, 주요 의제를 점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각 분야에서 고민해온 전문가들을 모으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자리인 메디치포럼을 기획한 것은 사회 변화의 징후를 반 발짝 먼저 읽어 보려는 마음에서였다.
포럼을 현실로 옮기기 위해 먼저 정혜승 전 청와대 디지털미디어 소통 비서관이 프로그래머로서 일을 시작했다. 회의를 통해 대화와 토론이 없는 이 사회를 해결할 묘수는 무엇인지, 올해의 선거는 어느 방향으로 역전될 것인지, 범죄의 그늘에서 무엇을 주목할지, 지역의 균형발전에서 역전은 가능할지, 공고한 사법권력에서 개혁은 이루어질지 이 와중에 리더십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지 질문을 던지기로 했고, 이에 답해줄 8명의 전문가를 정성을 기울여 선정했다. 그들이 바로 최재천, 홍성국, 천관율, 이수정, 류영재, 김경수, 이나리, 신수정(포럼 발표순)이다. 각각의 이력이나 능력으로 충분히 단행본의 저자가 되어 모자람이 없을 이들을 포럼에 모시고, 단 20분 안에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힘의 역전’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로 한 것이다.
포럼 그리고 책
미래는 꿈꾸는 대로 바뀔 수 있는 것일까. 우리는 과연 괜찮은 걸까.
현인들은 우리에게 현재에 집중하라고 말하지만 평범한 우리는 그렇게 살기가 힘들다. 과거를 짊어지고 미래를 고민하느라 늘 등이 무겁다. 하지만 이번 메디치포럼에 참가한 이들은 대부분 미래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하지 말라고, 현재 일어나고 있는 각 분야 ‘힘의 역전’은 우리가 해나가기에 달렸다고 말한다. 턱없는 낙관은 아니지만 최소한 변화의 가능성은 있다고, 지금까지 잘해왔듯이 앞으로도 잘할 수 있으리라고. 어쩌면 이런 마음은 ‘기대’와 ‘희망’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 ‘힘의 역전’의 시대를 맞닥뜨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희망이 아닐까.
메디치포럼에 현장에서 참가한 대부분의 청중들이 집중과 몰입의 시간 후에 조금은 행복해져서 돌아갔다면 아마 이런 희망이 미약하나마 전해졌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메디치포럼은 각 참가자의 발표시간을 20분으로 엄격하게 제한했다. 한 주제 한 주제가 무겁고 깊었고, 참가자들은 그 분야의 내로라 하는 전문가였으니 듣고자 하면 하루 종일이라도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상황. 그러나 포럼이라는 형태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발표시간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단행본 〈힘의 역전〉에는 메디치포럼의 아쉬운 부분을 고스란히 보강했다. 정혜승 프로그래머는 모든 참가자들을 포럼 이전 평균 두 번을 만나 직접 인터뷰했고, 이 인터뷰와 포럼 발표 내용이 더해져 단행본 〈힘의 역전〉에 담겼다. 발표자에서 저자가 된 8명의 포럼 참가자들은 포럼에서 못다 이야기한 더 풍부한 사례와 더 깊은 문제의식을 책에 담기 위해 저마다 바쁜 시간을 다시 쪼개어 출간을 도왔다. 그 결과 일반적인 포럼의 자료집과는 완전히 수준이 다르며, 포럼에 청중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단행본 〈힘의 역전〉이 완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