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vs무죄 - 법정에 선 법관들
법은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개념인가,
시민의 이익과 안녕을 보장해주는 믿을 만한 도구인가?
한국 사회에서 법은 전통적으로 ‘권선징악’이라는 미덕을 구현하는 도구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오늘날 현실에서는 권선징악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이해관계를 놓고 갈등이 생겼을 때 한쪽은 정의롭고 한쪽은 불법을 저지른 것 같지만, 잘 따져보면 개인의 정당한 권리와 타인의 정당한 권리가 충돌하는 경우도 많다. 개인끼리의 분쟁일 경우에는 시시비비를 가리기가 약간 수월한 경우도 있지만 개인과 국가, 시민과 권력 사이에서 발생한 갈등인 경우에는 개인의 입장에서는 억울하고 피해를 당하지만, 정부와 법률상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의 희생을 강요하는 일이 발생한다.
이제는 ‘법대로 하자’는 말이 큰 의미가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법의 집행과 실현 과정을 바라보는 국민의 신뢰가 아주 낮은 상태이고, 경찰, 경찰, 법원 등 법을 다루는 기관과 국회의원, 검찰, 판사 등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사람들에 대한 믿음이 깨졌기 때문이다.
그 바탕에는 세월호 참사 등 대형 사건사고에 대한 정부의 부족한 대응, 국정 농단과 사법 농단으로 대표되는 권력형 비리와 스캔들, 거기에 갑질 행위, 부정부패, 채용 비리, 각종 강력사건 등 불안과 불신을 조장하는 사회문제까지 더해져 사회 정의를 훼손하는 부정과 불의가 있었다. 그런 일들이 공정하고 공평하게 밝혀지지 않고 민주적이고 적법한 방법과 절차로 해결되지 않으니, 법에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모든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럴 때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2항은 우리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다. 이 선언은 법과 제도가 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우리가 추구해야 할 당연한 권리이기도 하다.
우리가 법을 믿고 법의 집행과 정의 구현을 받아들이려면, 우선 법을 잘 알아야 한다. 법의 내용도 잘 알아야 하지만, 법의 작동 원리, 법이 만들어지고 집행되는 과정과 절차, 그 법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평소에 알던 법 이야기라고 해도 찬찬히 들여다보면 새롭고 신선한 관점이 생긴다. 이 책 《유죄 vs 무죄》는 바로 그런 경험을 제공하는 독특한 책이다.
법, 사법부, 법치주의, 그리고 시민의 삶
그동안 우리가 미처 몰랐던 법을 둘러싼 민낯
저자는 우리 사회에서 사법부의 역할과 법치주의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고 성찰함으로써 복잡한 법 논리에 갇히지 않고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추어 얘기를 풀어간다.
법은 그 시대의 사회를 비추며 사회 변화에 따라 함께 변화한다. 시대가 빠르게 흐르면서 변화하고 있고, 국민의 요구도 다양해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양극화 시대,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논의해야 할 사안과 뼈대부터 잘못된 법을 개정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권력 구조를 개편하기도 해야 하고 민주주의와 인간의 기본권 등을 새로운 시대에 맞게 논의해야 한다.
1장에서는 사법 개혁과 판결의 공정성에 대해 살펴본다. 삼권분립으로 국가 권력이 남용되지 않도록 정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권력을 가진 자가 자신의 이익과 안위를 위해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국민이 직접 의회와 법원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2장에서는 법의 본질에 대해 알아보고 법속으로 들어가 개인의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한 법의 성격에 관해 이야기했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일 뿐 모든 갈등과 분쟁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신뢰와 공정함을 기대할 수 있는 법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 계속 개정되어야 얻을 수 있다.
3장에서는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법의 잣대를 논의했다. 안타깝지만 현실에서는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지 않은 듯하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로 대표되는 법 집행의 이중 잣대는 반드시 청산되어야 할 과제다.
4장에서는 권력이라는 힘에 가려진 민낯이 어떤 모습인지를 알아본다. 우리나라의 법 집행은 절대적으로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법이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법치주의의 기본 정신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법조계의 관행인 ‘전관예우’ 등 개혁 과제를 해결함과 더불어 검찰과 경찰의 권한을 조정하고,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을 지켜보고 비판하는 일도 필요하다.
5장에서는 공정한 재판을 위해서는 판결의 독자성 보장이 대안이자 해답임을 기술했다. 정치는 항상 권력을 지향하므로, 권력기관을 정치에서 독립시켜 정치권력의 자의적인 인사를 막아야 한다. 사법권 독립, 즉 판사의 재판상 독립은 그래서 더 중요하다. 사법부와 법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굳건해지도록 균형 있게 판결의 독자성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
6장에서는 사법 개혁과 제도 개혁을 위해 몇 가지를 제안했다. 법원행정 개혁, 국민소환제 실시 등 사회적 합의를 통해 법이 시대 흐름을 반영하며 변화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한다. 특히 국민이 스스로 자유과 권리를 찾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함을 강조한다.
정의로운 세상은 당신이 주인공이다.
오늘날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매일 경악을 금치 못하는 사건이 터지고, 새로운 정보와 지식이 물밀 듯이 터져 나온다. 세상은 이토록 빨리 바뀌어 가는데,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다루고 있는 법은 그에 발맞추어 가고 있는지 물어보아야 한다.
법이 세상에서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 책은 조곤조곤 알려준다. 낱낱이 세세하게는 아니더라도 법이 사회 속에서 작동하는 원리를 큰 그림으로 살펴보고 시민으로서 어떻게 법을 대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도 법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다. 법은 살아 있다. 살아 있다는 것은 성장하고 변화한다는 것을 뜻한다. 법은 사람들의 합의로 만든 룰이기 때문에 나름의 균형성을 유지하면서 사회 현상을 가장 잘 반영하는 유용한 도구다.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법을 새롭게, 제대로 보는 시각을 가질 수 있다면,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좀 더 이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이 책이 법에 대해 조금이나마 새로운 관점을 가지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