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앓이 - 나에게로 떠나는 마음여행
남편이 아내에게,
딸이 엄마에게 선물하기 좋은 책
생의 절반을 보낸 나는
가야할 길을 잃고
어두컴컴한 숲속을 헤맸다.
거칠고 황량한 그 숲을
어찌 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
생각만 해도 두려움이 되살아난다.
― 단테의 『신곡』 중에서
마흔이라는 나이는 무엇일까. 청춘의 끝? 중년의 시작? 익히 알려진 대로 공자는 논어 위정편에서, “마흔에 이르러 세상일에 미혹되지 아니하고 사물의 이치를 터득해 세상일에 흔들리지 않았다”고 썼다. 미혹되지 아니하는 나이 불혹, 더욱이 공자는 쉰의 나이로 지천명, 즉 하늘의 뜻을 깨달았다고 했다. 물론 모든 사람이 공자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최소한 지나온 길을 돌아보고 이 길을 계속 걸어가야 할 것인지는 알아야 할 것 아닌가.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이 책을 시작하는 첫 사례다.
어느 봄날 오후, 이자벨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이런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지만, 저는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을 했고, 그도 저를 사랑해요. 우리에게는 세 아이가 있고, 모두 자립했어요. 저는 제법 큰 규모의 언론사에서 근무해요. 우리에게는 아담한 집 한 채도 있어요. 남들이 보는 제 삶은 성공한 것처럼 보일 거예요. 행복의 조건을 다 갖추고 있는 셈이지요. 그런데 2년 전부터 매일 공허감에 시달리고 있어요. 그렇다고 우울증 같진 않아요. 다만 제 삶이 하루하루 의미를 잃어가면서 서서히 추락하는 기분이에요. 주변 사람들에게는 이런 얘기를 털어놓고 말할 수가 없어요. 마치 응석을 부리는 철부지 아이 같잖아요. 하지만 저는 정말이지 삶의 의미를 완전히 잃어버렸어요.”
평균수명이 늘면서 인생을 마무리하는 단계였던 마흔은 이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나이로 변하였다. 그만큼 많은 활동이 요구되는 ‘젊은’ 나이가 된 것이다. 그렇기에 마흔의 도전과 치밀한 인생계획이 미덕이며, 성공담이 미담이 되었다. 그러나 청춘이기에는 짊어진 짐이 너무도 무거운 나이다. 오죽하면,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는 제목의 책이 불티난 듯 팔릴까. 그러면 과연 마흔은 아플 수도 없는, 그만큼 아프기만 한 나이일까. 정말 마흔은 앓아야만 하는 나이인가.
변화는 분명하지만 위기는 아니다!
과연 중년의 위기란 존재하는 것일까? 저자는 중년의 위기라는 말의 역사적인 맥락과 근원부터 파헤쳐서 ‘중년의 위기’라는 말 자체가 중년의 위기를 이끈다고 지적한다. 마흔을 넘어가면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변화는 위기가 아니라 성장과정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인생 전반기의 과제는 다양한 인생 경험을 쌓아 자아를 형성하는 것이었다. 이 과제가 우리를 성장시켰다는 데 별다른 이견은 없다. 여기에 ‘성공하라 이것이 행복의 열쇠다.’라는 과제도 추가되었다. 그러나 인생의 중간 지점에 다다른 우리는 이런 방식의 행복에 대한 약속을 더는 믿지 않게 되었다. 어느 정도 안정된 삶을 얻은 것은 사실이지만 행복을 보장했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그중에 하나가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돌리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으로 행복을 얻는 것이다.”
이 책 마흔앓이 는 하루에 삼십 분은 무얼 하라느니 메모를 하라느니 시시콜콜 참견하는 책은 아니다. 부제인 나에게로 떠나는 마음여행 이 지향하는 바를 생각하면 알 수 있다. 단순한 행동 촉구보다, 마음가짐의 변화에 그에 따른 생활의 변화를 담담한 어조로 현실성 있게 이야기하는 책이다. 책에 수록된 수많은 예시는 독자에게 좋은 방향을 제시해준다. 더불어 그저 현실을 박차고 무조건적인 변화를 급진적으로 요구하지도 않는다.
“지금의 직장에 만족하지 못하고, 부당하게 승진의 기회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삶의 중요한 영역인 직장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는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 직업을 절대로 변경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라 이직이 아닌 다른 부분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말이다. 실제 변화가 필요한 곳은 따로 있는데, 그것을 회피하기 위해 직장이라는 외부 세계를 변경하는 일은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문제를 똑바로 인식해야 한다.”
더 이상 누군가를 위해 살지 마라. 그러기엔 남은 생이 너무 짧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이 책에서 마흔을 넘기며 시작되는 마흔앓이, 즉 중년의 위기는 또 다른 성장의 과정일 뿐이며, 페르조나(가면)를 벗고 자기실현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을 풍부한 사례와 문헌 자료를 인용하여 잘 보여주고 있다. 나이 마흔 중년에 이르기까지 타인과 사회의 기대와 요구에 순응하며 살아온 삶들을, 구체적인 관계 속에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를 꼼꼼히 짚어준다.
인생의 전반기를 보내고, 인생 후반기를 맞이한 사람들, 제2의 사춘기를 맞이한 남편과 아내가 서로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될 것이며, 자녀를 독립시킨 부모들의 허전함을 위로해 줄 수 있는 책이다. 중년이 느끼는 걱정과 불안의 실체를 알려주고 이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진정한 자아를 찾는 여행을 떠나자고 제안한다. 중년의 위기란 없다. 가면을 벗어던지고, 스스로의 마음으로 여행을 떠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