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라플란드 우체국 : 실천시선 212

라플란드 우체국 : 실천시선 212

저자
장이지
출판사
실천문학사
출판일
2014-08-19
등록일
2015-01-05
파일포맷
COMIC
파일크기
236 Bytes
공급사
우리전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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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비극적인 세계에서 개인은 우울증을 앓는다
2000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장이지 시인의 3번째 시집이 실천문학사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 『라플란드 우체국』에는 장이지 시인의 성장 서사를 매개로 시대성을 견고하게 매설한 시편들이 실려 있다. 독자들은 이번 시집을 통해 시인의 오래된 슬픔과 우울 속에 자본주의 시대에 대한 예민한 직시가 녹아들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비극적인 세계에서 개인은 우울증을 앓는다. 장이지 시인은 우리 시대상에 자신의 생활을 겹쳐놓으며 우리 시대 ‘우울의 난민’의 삶을 아프게 대리하고 있다.
이제는 없어진 나에게 쓰는 편지
당신은 유년의 자신이 보낸 편지를 받으면 어떤 기분일까? 분명 ‘나’였지만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유년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편지를 쓴다. 그 편지에는 무슨 내용이 적혀 있을까? 유년의 나는 지금의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이번 시집 『라플란드 우체국』에 실린 「우편」 연작은 한 시인의 성장 기록을 담았다는 의미와 함께 “내 자신 수취인 없는 개인적 기록으로 앉아”(「우편 4」) 있는 현대인들의 소통 부재와 불안감을 읽는 한 서사로서 중요성을 가진다.
편지 속에서 ‘나’는 과거의 ‘나’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다. 그 편지에는, 대학 동기 남자애의 퇴락한 연애담(「우편 2」)이나 중국집 어린아이의 우울한 사생활(「우편 3」), 동성애 코드의 짝사랑(「우편 4」), 친구에게서 옮아온 사마귀 정령(「우편 5」)과 같은 아주 개인적이고도 어찌 보면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그런데 그 기억이 중요한 이유는 그 속에 우리는 미처 알지 못하는 “못 그린 내 빈 곳”(유재하,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이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미래의 자신에게 보낸 편지 속에는 “어린아이 특유의 우울과 변덕과/어쩌면 슬픔”(「우편 3」)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리고 그것은 성인이 된 ‘나’의 일부를 이룬다. 그러니 그 아이는 커서 “스무 살인 주제에 만년의 김수영(金洙暎)처럼 피폐해”(「우편 2」) 보이던 대학 동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멀고 먼 라플란드 소읍의 교육청 앞 이발소에서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나오는
말쑥한 소년을 만난다.
겉봉에 쓰인 주소가 점점 희미해져가는 편지를
이제는 그만,
그 소년에게 주어야 하는데…….
우체국을 찾지 못해 어쩔 줄을 모르고.
_ 시 「우편 6」 부분
‘나’는 우체국을 찾아 라플란드에 왔다. 오래도록 보내지 못해 이제는 겉봉에 쓰인 주소마저 점점 희미해지는 편지를 들고 우체국을 찾는다. ‘라플란드’라는 이름을 가진 북국의 이 마을에는 산타클로스 우체국이 있다. 세계 각지에서 산타클로스에게 보낸 편지는 모두 이 우체국으로 와서 다시 세계 각지로 배달된다. 소년이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믿는 것처럼, 어른이 된 ‘나’는 편지를 쓴다. ‘받는 사람’은 유년의 자신이다. 하지만 그는 아직까지 “우체국을 찾지 못해 어쩔 줄을” 몰라한다.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사라져가는 ‘나’와 함께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복구되지 않는 에덴에서 살기
‘나’라는 메시지는 은밀하게 반복적으로 시인에게 도착하지만 이 같은 커뮤니케이션은 어쩔 수 없이 불안하고 쓸쓸하다. ‘나’와 ‘나’의 커뮤니케이션은 늘 실패로 끝나고 만다. 『라플란드 우체국』에 실린 또 다른 연작 시편 「플랫」은 앞서 자신과의 소통의 불가능성을 맛본 현대인들의 미디어적 현실을 다룬다. 여기서 “플랫이란 말 그대로 평평한 것, 이를 테면 포스트모던 시대 컴퓨터의 스크린이나 인터넷의 표층을 지시하는 말”(해설, 김영희)이다. 나아가 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또 다른 모습이다. 시인은 플랫 시스템하에서 과연 ‘나’ 자신을 무엇으로 확신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제산제가 뿌려진 듯
하얀 플랫 위를
꼭두각시들이 활보한다.
가슴에서 가슴으로 붉은 실이 이어진
인간(인형)들이다.
인형(인간)들일까.
대형 전광판의 타임라인에
나의 내면이 게시되었다가
순식간에 밀려난다.
타인들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를 밀어낸다.
_ 시 「경계가 없는 이 세상」 부분
오늘도 사람들은 아주 평평한 땅 위를 걷는다. 그러나 그 땅은 현실에 있으나 현실이 아니다. 포스트모던 사회의 리얼리티가 존재하는 ‘플랫’의 세상에는 실로 수많은 이야기가 있으나 그중에서 기억되는 것은 거의 없다. “타임라인에/나의 내면이 게시되었다가/순식간에 밀려”난다. 그것은 개인적 기억의 소멸과는 또 다른 문제다. 이러한 사회적 기억상실증은 인간의 소외를 불러오고, 결국은 삶의 본질적인 가치에 대한 물음을 갖게 한다. 하지만 그 물음은 다시 개인적인 문제로 소급되고 만다. 이 ‘평평한’ 사회에는 그런 울퉁불퉁한 물음이 존재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앞서 「우편」 연작에서 “내 자신 수취인 없는 개인적 기록으로 앉아” 있던 화자는 오늘날 “타인들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를 밀어”내는 상황에서 그 역시 하나의 ‘타인’으로밖에 존재할 수 없다. 그래서 “우체국을 찾지 못해 어쩔 줄을” 몰라하던 한 남자는 그에게 가장 가까운 타인이 바로 자기 자신임을 깨닫고 놀랄지도 모른다. 오늘날, 나는 ‘기억’ 속에서 한 번 사라지고, ‘현실’에서 또 한 번 사라져간다. 『라플란드 우체국』에서 시인은 이처럼 비극적인 세계에서 겪는 개인의 불행을 성장 서사와 플랫을 통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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