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밤엔 리허설이 없다
학창시절엔 공부 밖에 몰랐다. 대학생땐 콧대가 너무 높았다. 기자가 되고 나선 일만 하고 살았다. 고로, 남자가 없다. 사실 이 끔찍한 현실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적도 없다. 뒤에는 늘 남자들이 줄 서고 있을 줄 알았으니까! 마음만 먹으면 그깟 연애, 아무것도 아니었다. 성적 매력의 피크는 아직 오지 않았고, 화려한 사생활은 잠깐 뒤로 보류시켜 놓았을 뿐이라고, 믿는다. 아직 어리니까. 바쁘니까. 귀찮으니까. 영원히 20대 초반일 줄 알았으니까.
그러다 결정적 그날을 맞는다. 대학교 동창 수정의 장례식에 간 것이다. 별로 친하지도 않던 친구가 죽은 게 충격이냐? 그건 아니고. 친구가 값비싼 외제차 안에서 화끈한 카섹스 중에 죽음을 맞았다는 사실이 놀랍다. 어머어머, 말도 안 돼, 친구들과 뒷담화하다 문득 깨달은 한 가지. 난, 경험이 없을 뿐이고! 아니, 나만 무경험자일 뿐이고! 짜식들, 나만 빼고 다들 섹스 열심히 해왔구나. 난, 뭘 했을까. 뭘 하긴. 아침에는 부장 잔소리 듣고 낮에는 취재하고 밤에는 기사 쓰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지. 그래서 남은 건? 뭐긴. 29년 묵은 노처녀가 됐지. 그래도 나는 남들이 한 번씩은 ‘어머 멋있다’고 해 주는 연예부 기자. 그리고 한때는 한 인기했던 퀸카. 까짓꺼, 처녀막 제거 프로젝트 시작한다, 이거야.
고인돌과 선운사로 유명한 고창에서 태어났다. 고산자 답사회에 근무하면서 테마여행과 국토사랑에 대한 눈을 떴다. 현재 국내 테마 여행 전문 여행산 테마캠프(www.themacamp.co.kr)의 대표로 있으며, 〈투어익스프레스〉 등에 여행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오늘도 아름다운 사람들과 아름다운 여행을 꿈꾸는 그는 앞으로 진정한 여행가로 기억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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