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재밌는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 - 우리는 일요일마다 그림을 그리는 것뿐인데
유쾌한 낭만주의자, 아방이 전하는
‘비주얼 아티스트 아방’과 ‘아방이와 얼굴들’ 이야기
마음껏 그려도 괜찮아요, 즐기다 보면 달라져요!
“다 괜찮습니다. 그러니 일단 그리고 봅시다!”
수많은 멤버들을 맞아가며 받아온 질문에, 이제는 응답 매뉴얼이 된 저자의 답이다. 대충 둘러대는 빈말이 아니다. 성급하게 다독이는 것도 아니다. 사람들은 재능이 없다고 지레 겁을 먹고, 용기가 없어서 수업을 찾아오기까지 긴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그림은 취미활동이고, 남에게 보여줄 작품을 만드는 것도 아니니 ‘용기’까지 낼 필요 없다. 남자든 여자든, 미혼이든 기혼이든, 나이에 상관없이, 또 그림을 알건 문외한이건 ‘아방이와 얼굴들’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다 괜찮다. 일단 와서 그리면 된다.
멤버들은 “이건 무슨 색으로 할까요? 이 무늬는 어떤 걸로 할까요?” 하고 자주 물어온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저자는 “네 마음대로 하세요”라고 답한다. 그 그림은 그의 것이 아닌, 수강생의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그림에는 정답이 없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그리고 반복하다 보면 자기에게 더 나은, 더 맞는 방법을 찾게 마련이다. 조금 생략해도 괜찮고 과감하게 변신을 시켜도 좋다.
지우개를 붙들고 있으면 똑같은 자리를 반복적으로 고치며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럴 바에는 몇 장 더 그리는 게 낫다. 멤버들도 지우개 없이 그림을 그릴 때 실수에 더욱 너그러워졌다고 한다. 당장은 그림이 별로여도 걱정할 것 없다. 스무 장이든 백 장이든, 마음에 들 때까지 그리면 된다. 우리의 그림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우리의 작품이 별로인 건 별로인 것과 별개로, 귀한 것은 귀한 것이기 때문이다.
네 마음 속의 호랑이를 보여줘!
아이덴티티를 찾아가며 함께 나누는 그림 수업 이야기
“나는 그들 속의 호랑이를 끌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림 그릴 땐 얼마나 자신 있게 ‘나’를 표현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사진 찍을 때도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우리의 아이덴티티를 마음껏 보여줘야 한다. 우리 모두 마음 속의 호랑이를 꺼내야 할 때다.”
그림은 단순한 취미활동이기 이전에, 자아를 찾아가는 하나의 과정이다. 정답이 없는 그림 수업에서 멤버들은 자아를 찾아간다. 평소 그리고 싶었지만 두려워서 도전하지 못했던 것들에 도전하며, 좋아하는 색깔과 자기만의 표현 방법을 찾는다.
그뿐 아니다. ‘아방이와 얼굴들’은 단순한 그림 수업을 넘어 창작하는 즐거움과 경험을 공유한다. 혼자 하면 힘들지만 같이 하면 멋진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두기 때문이다. 멤버들의 작품을 모아 전시를 하고, 플리 마켓에서 그림을 판매하기도 하고, 달력을 제작하는 펀딩을 진행하기도 한다. 다 같이 여행을 떠나거나 결혼식에 몰려가 축하해 주고, 새로운 이벤트가 생길 때마다 입을 모아 응원한다. 그림은 함께 시간을 보내는 한 가지 방법이자 멤버들을 이어주는 연결 고리가 된다. 전시든, 펀딩이든, 혼자라면 못 했을 프로젝트를 함께 나누며 평소에 하고 싶었던 많은 것을 하는 시간이다.
인생에 이보다 더 공들일 수 있는 것이 있을까?
꺼지지 않는 그녀의 불씨 이야기
저자는 올해로 프리랜스 비주얼 아티스트 11년 차가 되었다. 그림을 그리면서 몸도 많이 상했다. 어깨가 아파 한의원에 가면 대체 무슨 일을 하길래 몸이 이 꼴이냐는 얘기도 듣고, 침을 꽂은 채로 이번 일만 끝나면 그림을 그만둬야겠다는 결심을 하기도 한다.
배우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아 이른바 ‘취미 외도’를 통해 환승 이직을 시도하기도 했다. 6개월간 ‘일로서의 그림’을 멈추고 카메라를 사 영상을 찍고 편집을 했다. 전시기획 공부도 하고, 타투를 배워 직접 그린 도안으로 시술도 했다. 판화도 배우고 웹 드라마 시나리오 쓰기에도 도전했다. 하지만 이 긴 시간의 도전 중에 결국 깨달은 것은, 돈을 받지 않고서도 지금껏 해온 것처럼 공을 들일 수 있고 열정을 가진 것은 그림뿐이라는 사실이었다. 그가 말하는 열정이 불같이 활활 타오르는 것이 아니라, 꺼지지 않고 지속되는 은은한 불씨 같은 것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관심사가 많은 만큼 할 수 있는 한 많은 것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저자. 무엇 하나도 다수를 기죽일 만큼 뛰어나게 하지는 못했더라도, 요즘 시대를 살기에는 더없이 좋은 마음가짐이라 생각하기로 했단다. 만약 지금 가는 길이 맞는 길이 아니라면, 지금껏 뿌려온 수많은 씨앗으로 알록달록한 공원을 만들 것이다. 섹시하고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다채로운 그에게 정말 잘 어울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