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의 시대』로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받은 이디스 워튼은 문학 작품뿐만 아니라 유령과 영혼, 사후세계 등에 관한 고딕소설을 통해서도 탁월한 글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이디스 워튼은 어린 시절 장티푸스에 걸려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었으나 겨우 회복하고 재발하기를 반복했다. 병약한 유년 시절을 겪으며 때로는 환각 증세에 시달리기도 했고, 누군가 옆에서 간호해주지 않으면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평생 후유증을 겪기도 했다.
그녀 자신은 유령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역설적으로 환각 증세를 겪은 뒤로는 그것들을 두려워했다고 고백했다. 이러한 트라우마를 통해 워튼은 비이성적이고 상상할 수도 없는 유령에 관한 두려움을 고딕소설을 통해 소름 끼치도록 묘사했다. 직접적인 묘사를 배제하고 간접적인 상황 전개로 공포감을 극대화하고, 다소 충격적인 열린 결말을 통해 독자에게 무한한 상상력과 반전을 선사한다. 이 책에는 선명하고 잘 짜인 전개 과정에 혼령과 사후세계 등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룬 8개의 단편이 수록되었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믿음보다는 상상력이다. 워튼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의심을 통해 걸러지는 일반적인 초자연적 두려움이다. 이러한 유령 이야기는 종종 친숙한 형식을 따르지만 워튼은 특이한 방식으로 장르를 전복시킨다.”
저자소개
이디스 워튼은 여성이 예술가, 특히 작가의 삶을 추구하기 어려운 시대에 태어났다. 그러나 그녀는 1937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75세의 생애를 마감하기까지 쉬지 않고 집팔활동을 펼쳤다. 섬세한 문체와 치밀한 심리묘사가 뛰어난 작품들을 많이 남겼다. 뉴욕의 부유하고 강력한 가문에서 태어난 이디스 워턴은 뉴욕 상류층의 삶과 그 사회체제 아래 여자들에게 가해진 압박과 편견, 그리고 현대화가 초래한 가치관의 변화와 기존 질서와의 충돌을 사실감 있게 표현했다.
1862년 미국 뉴욕의 명망가인 존스 가문에서 태어났다. 1866년부터 1872년까지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 유럽각지를 돌아다니며 유년시절을 보냈다. 학교에 다니는 대신 가정교사로부터 교육을 받으며 아버지의 서재에서 문학, 철학, 종교서적을 탐독했고, 1878년 처음으로 시집을 출간했다. 1885년에 에드워드 로빈스('테디') 워튼과 애정 없는 결혼을 했고, 불행한 결혼생활과 사회적 지위와 작가로서의 야심 사이의 갈등으로 1894년부터 심각한 신경쇠약을 앓았다. 신경쇠약을 치료할 겸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 여러나라를 옮겨다니며 생활했으며, 소설 및 유럽 여러 지역의 역사, 건축, 미술에 대한 글을 쓰곤 했다.
헨리 제임스를 비롯한 미국, 유럽의 여러 예술가 및 지식인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기도 했다. 1차 세계대전 때에는 프랑스에서 전쟁 구호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쳤고, 이 공로로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기도 했다. 전쟁이 끝난 뒤 1920년에 발표한 『순수의 시대』로 1921년 여성 최초로 퓰리처 상을 수상했다. 또한, 그녀는 1927년, 28년, 30년에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쌍둥이 소설로 불리는 『이선 프롬』과 『여름』을 통해 미국 문학사에 길이 남을 작가로 자리매김했으며, 이 외에도 『환락의 집』, 『암초』 등의 대표작을 남겼다. 1913년 남편과 이혼하고 1937년 파리에서 사망할 때까지 프랑스에서 살았다.
목차
1화. 시간이 흐른 후에야2화. 하녀를 부르는 종소리 3화. 귀향길4화. 기도하는 공작부인5화. 밤의 승리 6화. 충만한 삶7화. 페리에 탄산수 한 병8화. 매혹